버려야 더 좋은 것을 얻는다. <루카 14, 25-33> 11월 4일

길을 가다 보면 좌로 갈 수도 있고 우로 갈 수도 있으나 우로 가면 좌측의 길을 포기해야 합니다. 좌측으로 가면 더 많은 볼거리가 있어도 가야 할 곳에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과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양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두 손으로 끌어모으기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한 손은 받아도 또 한 손은 내주기 위한 것입니다.

오늘 가진 바를 버리지 않으면 주님의 제자가 되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누구든지 새집을 지으려면 헌 집을 버려야 합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직업인 어부 생활을 버리고, 가정도 버리고 십자가의 죽음까지 주님을 따랐습니다.

독수자들은 하느님과 함께 광야에서 만나고 친교를 맺으며 오로지 목숨을 내놓고 살려고 모든 것을 버리고 광야로 나섰고, 그 많은 수도자는 부르심에 응답하려고 집과 좋은 직업도 버리고 수도원으로 찾아옵니다. 끝까지 가면서 이런 일을 하려면 집 짓는 사람이 공사비가 있는지 알아보고 하듯이 자기 안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는지 계산해보고, 적과 싸우려고 할 때 싸울 준비가 다 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싸우라 하십니다. 무계획, 무의식, 무능한 사람은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없다고 하십니다.

주님은 시간이 지나며 “나는 너희를 종이라 부르지 않고 벗이라 부르겠다.” 하시고 “아버지가 완전하신 것같이 완전한 이 되어라” 하시며 주님을 따르는 사람에게 최상의 상급을 주십니다.

지금 저의 삶을 “그렇게 모든 것 버리고 여기까지 사셨는데 지금 행복합니까?” 하면 나는 “행복이 넘칩니다.”

휴가를 왔는데 내 마음은 오로지 하느님 안에 살고 그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어제 무릉계곡에 들렀는데 중국의 자가경을 보지 못해도 자가경과 같은 기암절벽 높이 솟은 산봉우리를 보러 올라갔습니다. 힘이 없어 다 올라가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런 경치를 하느님이 주심을 감사하면서 절 안의 찻집에서 차를 한잔 마시며 불교 평화 위원회의 “차별을 넘어서”라는 책자를 보다가 “넓은 바다는 어떤 것이 들어와도 깨끗하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와 많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하다가 “나와 너는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라는 글귀를 보고 ‘우리는 너무나 좁은 편견으로 다른 것을 틀렸다고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다른 것을 틀린다고 하지 않고 서로 배려해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평등한 사회는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이런 일은 나와 같이 남을 사랑하라는 “동체 대비”의 사랑을 가져야 한다는 책을 보면서 살까 하고 물으니 거저 가져가라고 하여 귀하게 가지고 왔습니다.

내려오다가 식당 제일 끝자리 호남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었는데, 십자가가 보여 ‘신자 집이구나’하고 먹는데 서빙하는 청년이 눈에 띄어서 ‘수도자 성소가 있겠다고 마지막에 말해봐야지’ 하는데 손님이 없으니 밖으로 나가서 만나지 못하고 그저 밥 먹고 제일 맛있는 음식 먹었다고 하며 나도 천주교 신자라고 말하고 여기 오려는 사람들에게 선전하겠다고 약속하고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저는 ‘어딜 가나 주님은 나에게 일을 보여주고, 깨닫게 하시고, 할 일을 찾게 하시는 분이구나’ 생각하면서 어디나 현존하는 하느님을 찾아 모시고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가톨릭도 지난번 수도자 장상 모임에서 “공동 합의성”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매사는 서로 협력적 자세가 아니면 자유, 평화, 기쁨이 불가능합니다. 서로 존경하고, 서로 알아듣고, 전하고, 일치의 길을 가기 위해서 성호경을 놓으며 성부, 성자, 성령의 하느님을 고백하며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내 것을 버리지 않으면 너와 하나 되지 못합니다. 아니, 하느님이 하나 되심은 자기 존재를 버리고 성자는 성부께 가고, 성령은 성부께 가는 것입니다. 이 상호 작용이 하나 되어 온 인류의 구원을 가능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