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 <루카 12, 15-21> 10월 1일

봄에 산과 들에 땀 흘려서 뿌린 씨와 나무에 새싹들이 꽃 피고, 열매 맺고 익어서 온갖 곡식과 과일이 풍성하게 거두어들이는 계절.

“강강술래” 하며 노래하고 춤추며 기쁨과 즐거움에 젖어있어야 할 시기에 코로나 전쟁은 우리를 움츠리게 하며, 간격을 두고 서로 멀리하며, 음침하고 빈약한 한가위가 되어간다고 생각됩니다. 찾아가던 사람들 발길 끊고 어둡고 침묵의 시간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가위의 의미를 살리고 수도 가족이 모여 어제부터 우리 식탁에 풍성한 음식이 나오며, 식사 시간 침묵을 깨고 서로 이야기는 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면서 바깥세상의 소식은 고향에는 못 가고 각자 자기 식구들만 관광지가 미어터지게 떠난다는 소식을 들으며 잘못된 한가위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오늘 현실은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경제로 모두가 죽겠다는 아우성. 그러나 이럴수록 서로 사랑의 원칙을 지키며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의 메시지는 풍성함이 내 것이 아니라, 다른 이의 것이 되는데 자기 혼자 큰 창고를 지어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사는 어리석은 자들에 경고합니다. 풍성한 추수를 이웃과 즐기는 시간은 풍요로움을 나누는 데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보내오는 추석 선물 나누며 하나둘 들어오던 것이 빈 창고가 되어 있는데, 어떤 자매가 추석날 아침에 찾아오시겠다는 소식입니다. 필요한 것 없는데 필요한 것 가지고 오시겠다고 전하는 말은 저를 기쁘게 합니다. 받고 나눌 것이 있어 나를 기쁘게 합니다.

봄에 보릿고개를 지낸 시절이 있었습니다. 굶주리다 한가위를 맞이하여 가을 추수를 해서 풍성하게 되지만 어떤 이는 병으로, 가난으로 슬퍼하고 외로움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나눔의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인심은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 민족인데 요사이는 다른 이의 손에 든 콩을 통째로 빼앗아 자기 것으로 하는 시대를 사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넘기는 지혜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누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어제 어느 자매가 상담하다가 전날 식사 시간에 복숭아 간식이 나왔는데 사람 다섯 명에 4개가 나와서 다른 사람이 먼저 하나씩 집어가고 자기 몫이 없어서 자신은 복숭아를 먹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수도원은 복숭아 반쪽씩 나누어 먹기 때문에 넉넉히 4개를 내주었는데 한 개씩 먹어서 못 드신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듣고 어제저녁 수도원 밥상에 나온 복숭아 먹지 않고 들고 나가 제가 대신 사과하고 상징적 의미로 가져왔으니 저녁에 드시라고 마음을 편하게 해드렸습니다.

며칠 전 방에서 먹으라고 단가 실에서 준 배즙을 몇 개 나누어주기도 했습니다.

나눔은 한가위만 아니라 평상시에 따라야 할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있는 이가 나누면 공산주의가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공산주의 나라가 싫다면서 있는 사람이 나눔의 정신이 부족하면 우리는 공산주의 위협 속에 살 것입니다. 자유 시장경제를 좋아하지만, 있는 이들이 나누지 않고 자기 창고에 쌓아두는 한 자유민주주의 나라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반란이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풍요로움은 혼자 누리려는 것이 아니라, 나누며 즐기려는 것입니다.

오늘만이라도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며 나눔의 삶을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