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하신 주님과 무자비한 헤로데 <루카 9, 7-9> 9월 24일

오늘 복음은 역사적 두 인물인 예수 그리스도와 헤로데의 이야기입니다. 주님의 자비로운 일을 듣고 무자비한 헤로데는 요한의 목을 자른 죄가 두려워 주님이 누구신지 알아보고 만나려는 이야기입니다. 나중에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형에 대한 일련의 책임도 져야 하는 헤로데의 삶은 권력을 이용한 무자비한 행위가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이같이 역사 안에 자비로운 사람으로 남는 사람과 무자비한 사람으로 남은 두 부류의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고 의인과 악인의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나는 자비로운 사람인가? 아니면 무자비한 사람인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넓고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헤로데는 자기에게 바른말 하는 사람을 잡아 감옥에 가두고 끝내 목을 자른 사람이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끝에는 세상에 자비를 주시려고 오신 주님을 십자가형으로 이끌어갔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공정하고, 의롭고, 생명을 지니고 있지만 헤로데의 말은 사치와 허세와 거짓말로 자신을 감싸고 이끌어감으로써 무자비함을 드러냈습니다.

입에서 나오는 말에 진실과 사랑이 없으면 무자비한 사람이 됩니다.

그러므로 자비로운 말을 하는지 자신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정적인 말, 흉보는 말, 냉랭한 말, 단절을 선언하는 말, 허풍을 떠는 말, 경멸하는 말은 무자비한 사람의 말입니다.

또한, 무자비한 사람은 힘으로 억누르고, 억압하고, 오그라든 손을 가진 사람처럼 나누지 않고 주먹을 쥐고 때리고, 약한 사람의 것을 빼앗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의 손을 뿌리치고, 발은 가야 할 곳을 가지 않고 빛이 없는 어둠을 찾아가고, 자기는 배부르게 먹으며 배고픈 사람을 주지 않고 음식을 마구 버리는 사람, 죽음의 위험에 빠진 사람 구하지 않고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입니다. 유튜브에서 개가 웅덩이 빠졌는데 다른 개가 급히 달려가 밧줄을 구해서 웅덩이에 빠진 개를 구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사람이 개보다도 못하면 무자비한 사람입니다.

얼마 전 서울 시장이었던 박원순의 자살은 살릴 수 있었는데 죽도록 버려둔 것처럼 느낌을 주는 뉴스를 보면서 ‘그건 아닌데. 왜 죽음을 쫓아가서 막지 않는가?’ 생각했습니다. 자살하려는 사람보고 죽어라 버려두는 사람은 무자비한 사람입니다. ‘죄지으면 죽어야 하는가? 죽여야 하는가?’ 생각하면서 사형 제도를 허락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하게 느꼈습니다.

말이나 행동은 생각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생각을 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움, 복수심, 교만한 마음, 거친 생각, 시기 질투심, 보다 윗자리를 탐하는 마음, 남을 자기 밑에 두려는 우월감, 선민의식. 요사이 세상이 어지러운 이유는 패권주의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 위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고, 서로 부족한 것을 도우며 사는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속한 당이나 내가 있는 자리만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깨끗이 씻어내고 서로 좋은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살 때 이 땅에 자유, 평화, 기쁨이 넘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미사 시작에 자비를 구하고, 영성체 전에 자비를 구하는 우리의 믿음이 헛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