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에게 자비로운 판관이 되자 <마태 18, 15-20>

자비로운 행위는 하늘도 함께한다고 하시는 말씀을 오늘 복음에서 듣게 됩니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다른 이의 잘못을 옭아매서 죄인이 되도록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스스로 죄인인 것을 고백하여 죄인으로 판단하려고 합니다. 용서는 없으며 자비심도 없고 있는 그대로 나쁜 쪽으로 몰아갑니다. 권력자가 있는 자리에서 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법의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만, 부모에게 자식의 잘못을 전체 인격에 걸고 몇 개월 밀고 당기는 국회를 보면서, 자비롭게 넘어가고 더 국가적인 일에 법적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른 국정 운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자기 몸의 털 하나라도 뽑히면 신경질 내고, 자기 약점을 들추어내면 우선 방어하려고 합니다.

법정에서 법대로 판단하는 판관도 형평성을 보아서 법대로 판단을 해야 하지만, 자비심을 베풀어 풀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과 환경 속에 살고 있습니다. 시간은 정확하지만, 환경은 변화 과정에서 춥고 따뜻할 수도 있으며, 비가 오고 햇빛이 비칠 수도 있습니다. 온도는 오르고 내리고 할 수 있습니다.

판단하는 사람이 열을 받고 아니면 차가운 마음으로 판단한다면 결과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온유한 마음과 자비로운 마음으로 판단하면 판단이 다르게 나옵니다. 어떤 때는 내 편, 네 편을 갈라서 판단하면 판결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같이 법도 형평성에 따라 다르다면 인간적 관계는 또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잘못한 형제가 있으면 풀어주기 위해 단계적 방법을 제시하셨습니다. 한번, 두 번, 세 번째는 세리처럼 버리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주님은 각자의 마음에 달렸으니 풀어주고 매주라고 하셨습니다. 법정에서 판관이 아니라 하늘의 아버지처럼 자비로운 덕성을 가지고 형제를 대해야 합니다. 병이 들어 고칠 수 없는 형제를 요양원에서 데리고 나와서 새로운 옷을 갈아입히고 몇 년 사제관에 살면서 돌보다가 다시 집에 들어가 세상을 떠났지만, 병자로 보지 않고 사랑하는 형제로 보아서 타이르고 위로하며 살던 생각이 납니다. 늘 풀어주는 입장이었습니다.

잘못한 형제가 있어 고질병을 고치지 못해도 있는 그대로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함께해야 참 형제 사랑이라고 합니다. 계속 잘못을 따지고 판단하면서 서로 힘들게 살면 한순간도 살 수 없습니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치매에 걸린 형제가 있으면 “저거 왜 죽지 않고 살아있는가?” 하면서 원망하며 살면 고통은 점점 마음 깊이 스며들어 너도 죽고 나도 죽게 됩니다. 자비와 용서 외 다른 길은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 3번 공동체 말을 듣지 않으면 밖으로 쫓으라 하심은 끝장을 보라고 하심이 아닙니다. 맺고 푸는 권한을 각자에게 주신 것은 자비로운 판관처럼 자기 형평성을 따라 자비롭게 판단하라는 말씀입니다.

저는 수도자 서원 판결을 할 때 흰콩을 넣지 반대표를 넣지 않습니다. 회의 때 잘못이 있으면 잘못된 것이라 말하지만, 알아듣고 표결하면 찬성표를 줍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새로운 계명을 주님에게 받은 대로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서로 풀어주고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