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로 나신 사람 <루카 4, 16-30>

당신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서울서 온 사람, 서울도 강남에서 온 사람 다르게 보고 “아! 그래요”하고 응답합니다. 우리는 출신 고향, 학교, 사는 곳 등을 보고 사람을 차별대우합니다. 촌에서 태어났든지, 시골 초등학교, 지방 대학을 나왔든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중요하고, 지금 하는 일이 중요하고, 지금 가진 인품이 중요합니다. 많은 교황님이 그 나라의 귀족 출신도 아니고, 부잣집 아들도 아니고, 가난한 농촌의 아들이거나 보잘것없는 부모님 밑에서 고생하며 자란 사람들입니다.

지난날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거나 상대하면 차별주의에 빠져 편견을 갖게 됩니다.

오늘 주님을 당당한 모습으로 성경의 말씀을 이용하여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분명히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하신 것같이 주님은 하늘에서 내려오시고 하느님에게서 나신 분이라고 하셨지만, 눈이 자기 앞밖에 보지 못하여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 하며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만 보고 얕보고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고향 출신, 학교, 부모님들의 명성을 크게 보고 지금의 사람을 차별 평가하는 일들이 흔히 있습니다.

제가 신학교를 입학하려 왜관에서 떠날 때 4명의 지망생이 있었는데 교장 신부님이 “다 붙어도 너는 떨어질 것이다.” 했습니다. 저의 신상을 잘 알고 계셨고 중학교를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다 입학하고 4명 중 사제가 된 사람은 저 혼자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땅의 조건에 맞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입니다. 저 외에 다른 사람들은 다 이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나중에 대학교수가 되고, 어떤 이는 예루살렘 성서대학까지 나오고, 어떤 이는 은행장 아들이었는데 신앙을 잃었고 가장 못난 저만 사제로 아직 살고 있습니다.

무엇이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게 하는가?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그 은총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에게 주시는 복입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하셨듯이 여기 가난은 하느님의 은총만을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저는 부족하여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고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도록 해주시라고 간청하며 기도합니다. 지금도 글을 쓰기 전에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담아 많은 이들에게 전하도록 자비를 구하며 글을 씁니다. 어떤 이는 보기 싫으니 보내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서 겸손과 온유로 “감사합니다.”하고 보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한 사람이라도 남아있으면 죽을 때까지 글을 쓰려고 합니다. 농촌운동 할 때 250곳의 공소에 글을 보내다가 유신법이 발효되면서 약간의 반유신 적 요소가 있다고 우편배달이 정지되어 중지한 적은 있어도 저의 오래된 습관입니다. 오늘 내가 사는 주님의 삶을 내 나름대로 하느님의 소리를 듣고 전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어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야 하는 것같이 오늘도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내 안에 살고 계심을 증명하며 살아갈 때 하느님의 사람이 됩니다. 그때 십자가의 죽음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며 영원한 삶을 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