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권력 <마르코 6, 17-29>

권력이 법을 따라가면 정의가 살고, 법이 권력을 따라가면 정의가 죽습니다. 공정과 정의를 법에 따라 주장하던 세례자 요한은 권력에 의해 살해당하고 순교했습니다. 만일 헤로데가 권력을 법대로 처리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가 법이 권력을 따라가도록 이끌어서 죽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공권력이 법을 제치고 앞서가면 정의로운 사회가 되지 못하고 불의한 사회가 됩니다. 불의나 불공정은 법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자의 문제입니다. 오늘 복음에도 헤로데는 자기가 원하면 세상의 무엇이든지 주고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잔칫날 헤로디아 딸의 요염한 춤에 녹아버렸습니다. 권력자는 바르게 인도한 의인을 자기 권력의 힘으로 법을 어기며 의인의 생명을 빼앗은 이야기입니다.

권력자의 자유는 법을 넘는 자유가 아니라 법안에서의 자유입니다. 독재자는 자기 말을 법으로 생각하고, 이치에 맞지도 않는 말과 행동을 추함으로 법을 따르는 사람들을 더 큰 고통으로 몰아갑니다. 이북에는 헌법이 없고, 권력자의 의지가 법이며 말에 따라 살고 죽게 됩니다.

어떤 권력자도 교통법규를 지켜야 하고, 어떤 지역 서장이라도 음주 운전을 하면 적발한 교통순경이 고발 조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장이라도 벌을 받아야 합니다.

한 나라를 운영하는 지도자도 그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하고, 범하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나라는 모든 이의 것이지 최고지도자의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인지 몰라도 요사이 “나라가 니 꺼냐?”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라는 국민의 것이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더 나아가 사람의 생명은 하느님의 것을 누리는 것이지 권력자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사랑하라”라는 계명은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기 생명처럼 아끼고,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병들어 늙었다고 죽으라고 버려두거나 무관심하면 서로 책임져야 합니다.

오늘 내 것만 중하게 생각하는 헤로디아가 요한 세례자의 생명을 요구한 것은 자기를 욕하고, 비난하고, 곤궁에 빠트렸다고 생각하고, 복수의 칼을 갈아서 권력을 이용하여 생명을 자기 것처럼 행사했습니다.

누구나 법을 어겼으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지 법을 자기 권력으로 무마하려면 모든 이에게 해를 끼칩니다.

우리는 법을 위해 사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법을 무시하고 살지 않아야 합니다. 법 앞에 모든 이는 평등합니다.

법을 어겨도 권력, 재력, 명예를 내세워 법을 무시하면 우리의 공공질서가 무너지고 힘없는 사람, 재력이 없는 사람, 명성이 없는 사람은 소외되고 평등성을 깨트려 세상이 뒤죽박죽되어 갑니다. 안정된 사회 모두가 사람 취급을 받는 세상에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