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의 잘못이 후손에게 이른다. <마태 23, 27-32>

이번 홍수에 집이 무너지고 둑이 무너지는 일로 논밭이 망가지고 집이 물에 잠기는 어려움은 전 시대 사람들의 잘못이 후손에게 악이 미치게 됩니다. 저는 이씨조선의 양반들이 사색당파에 눈이 어두워 당파싸움하다가 나라를 잃어 일제 36년 동안 고생하고, 내 이름도 쓰지 못하고, 학교에서 한국말 하면 벌 받고 마지막에는 초등학교 학생으로 솔개 체취를 십 리, 이십 리를 걸어서 산에서 하고 먹을 것이 없어 대두박<콩으로 기름 짜고 남은 찌꺼기> 먹고, 일본말로 기도문 외우고 교리 공부하는 수모를 겪고 나니 해방이 되어도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져 공산당, 민주당으로 갈라져 온갖 바람의 소용돌이 속에 안전이 없어 미국에서 주는 밀가루와 기름을 얻어먹고 살았습니다. 북쪽에서 공산당이 싫어 남쪽으로 왔습니다. 외갓집은 공산당, 친가는 자유 민주주의. 모든 것 버리고 오니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도 못 가고 겨우 직장 얻고 자리 잡아 직장 생활하려니 웬 전쟁, 이리저리 쫓겨 다니며 피난 생활하다가 1·4후퇴 때 나이 16살에 혼자서 배를 타고 제주도를 거쳐 부산으로 갔습니다. 부두 노동하면서 일급 받고 몇 개월 만에 돈을 조금 벌어 고향 인천으로 돌아가니 부모와 형제들은 매일 쫄쫄 굶어 배가 등에 붙어 있는 형국에 집안을 진정시키고 인천은 할 일이 없어 다시 부산으로 갔습니다. 미군 부대 쓰레기 조합에 다니고 18살까지 미군 부대 일꾼으로 일하다가 이렇게 살 수만 없다고 생각하고 한 달 미사를 약속하고 공부 할 수 있도록 미사 참례하면서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셔서 공부할 수 있게 해주세요.” 기도한 후 석 달 후에 우연히 공부를 시작하여 서울 대신학교까지 졸업하고 사제가 되었습니다. 1965년 본당에 파견되니 자립할 수 없어 “매달 이렇게 살 수 없다.” 하여 농촌운동과 함께 경제활동을 하면서 자립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저는 주님이 계셔서 이 고통을 감사하면서 견디어 냈습니다.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것은 없었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여기까지 오면서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없이 살고 있음은 공업화, 농촌 근대화, 새마을 운동 등 은총과 인간적 노력으로 후대에 살기 좋은 세상을 물려주어 잘 살고 자유와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또 다른 적이 우리를 고난의 골짜기로 몰고 가는 것같이 느껴집니다. 경제, 사회, 역사적 혼란은 미래의 새로운 희망을 잃게 합니다. 오늘 주님은 바리사이, 율법 학자, 당대의 지도자들을 위선자라고 하시며 회칠한 무덤 같고 예언자를 죽이는 자손으로 그 고통을 당하고 산다고 하십니다.

‘지금 우리도 이 시대를 잘못 운영하면 영영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따라오는 후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며 기도합니다. 우리는 남과 북, 동과 서, 사방으로 갈라져 있으며 더구나 지식인들이 좌와 우가 갈라져 있어서 일치가 없고 안전이 없는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각 공동체가 하나 되지 못하고 싸우고 있으면 성장과 안전이 불가능해집니다.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천년만년 이 땅에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예속되지 않고, 서로 다양한 사상적 체계 속에 어울려 살고, 위대한 나라가 되도록 기도하며 모두가 찾아오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 자자손손 행복한 삶이 되고 다시는 전 세대와 같이 식민지 전쟁에 휘말리는 나라가 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좋은 환경, 좋은 나라가 되게 서로 노력하면서 만들어 후손에게 전해줍시다. 그 길은 공동체나 개인이나 주님의 굳은 믿음으로 살아남기를 기도합니다.

성가 28번에 “불의가 세상을 덮쳐도, 불신이 만연해도 우리는 주님만을 믿고서 살렵니다.” 이 성가 한 번 부르시면서 위로받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