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구하는 사람들, 자비를 받는 사람들 <마태 15, 21-28>

객관적으로 불쌍한 사람은 누구인가? 자기에게 닥친 고난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당한 고통은 한둘이 아닙니다. 불가에서도 백팔 번뇌란 말이 있고 염주를 돌리며 번뇌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합니다. 기독교는 죄와 악으로 인한 결과 앞에 자비를 구합니다. 사고가 생기면 119를 부르고,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은 가난과 질병입니다. 힘에 눌려 자유를 잃은 사람, 분쟁 속에 평정을 잃은 사람, 경멸과 무관심 속에 자신감을 잃은 사람, 스스로 무기력해져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 서로 사랑하면 모두 해결할 수 있지만,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여 자유, 평화, 기쁨을 잊고 자비를 구합니다.

미사 때 자비송을 외우며 멋진 노래를 부르짖고 있지만,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하고 부르고 있습니다. 신자들에게 “당신은 오늘 미사에 어떤 자비를 구하셨습니까?” 하면 “모릅니다.” “저는 오늘 저를 힘들게 한 일을 놓고 자비를 구합니다.” 만일 마사 때 무엇을 구하는지 모르면 자비송은 지나가는 형식적 자비송입니다. 지나가는 바람처럼 소라를 내지만 의미가 없는 소리입니다. 어제 비가 오는 가운데 자기 소리를 내려고 광화문에 나가는 사람들 빗속에서 감기 들지 말고, 그들의 소리가 통치자들의 귀에 들려서 알아듣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폭우가 내리지 말고, 코로나에 걸리지 말고, 무사히 행사 마치고 집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광복의 날 성모님 승리의 날답게 이루어지도록 자비송을 열심히 노래했습니다. 이 시간 병상 어디선가 고통을 호소하고 신음하는 병자와 이 축일 감옥에 갇혀서 자유를 잃고 고통당하는 이들을 기억합니다. 축일 함께 못하는 신자들 생각하며 자비송을 힘차게 부르짖고 기도했습니다.

오늘 자비를 구하는 가나안 부인의 소리를 귀찮게 생각하고 돌려보내려는 제자들을 보며 그대로 두라고 하셨듯이 우리는 자비를 구하는 사람의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어제 전례 피정자들 고백 성사 주면서 “이렇게 성사 보시니 마음이 편합니까?” “네” 그래서 힘든 시간이지만 주님의 은총으로 자비를 베푸시는 주님을 대신해서 열심히 성사 자를 주님 안으로 인도했습니다. 분명히 주님은 성사 자들에게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하시며 자비를 베풀어 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사죄경 하나로 해결되지 않고 주님의 말씀을 통해, 더 깊은 말을 통해 평화를 주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다 못 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어느 날 일주일 동안 피정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인사 온 사람에게 “무엇을 느끼고 어떤 문제를 해결했습니까?” 하니 “마음에 꼭 잡히는 일은 없지만, 그저 좋았습니다.” 그래서 왜 좋은지 평화가 어디서 오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믿음을 성장시킬지를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세 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그는 일주일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감사하면서 돌아갔습니다.

자비를 구하면서 분명한 내용을 알고 구하고, 기도하면서 확실히 현존하시는 주님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여야 합니다. 형식적 기도가 아니라, 온 정신과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기도하며 자비를 구하면 구하는 자비가 이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