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한 사람만이 믿음을 가진다. <마태 15, 21-28>

세상의 모든 것이 나와 관계없이 존재하는 것이어서 일부러 찾지 않아도 우리를 위해 있는 것이다. 세상은 내가 노력해서 가지고 누리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지 누가 있어 주어지고, 갖다주고,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대로 하고자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나 외에는 믿을 것이 없어집니다.

오늘 가나안 부인의 가난한 마음이 젖은 고백은 주님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 바라고 주님을 믿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을 빗대어 강아지로 비유하며 이렇게 고백합니다.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습니다.” 하고 자신을 낮추고 가난한 마음을 드러내며 주님께 믿음을 고백합니다.

교만한 사람, 세상에 의지하여 사는 사람은 하느님의 필요성을 의식하지 못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살아갑니다.

우리는 전능하시고, 진실하시고, 거룩하시고, 자비로우시고, 사랑 충만한 하느님을 믿으며 안전하게 선하고, 이름답고, 서로 사랑하는 깊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성가 480을 노래하면서 주를 찬미하는 우리는 믿음은 불가능이 없으며, 우리의 모든 생명을 바치고, 우리의 한 넋까지도 바치고, 믿음으로 하나 되고, 사랑으로 즐겁고 기쁘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좋은 신앙을 멀리하거나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 신앙을 가졌다가 세상의 유혹에 빠져 다시 믿음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은 마음의 가난이 없어서입니다. 마음이 부유한 사람은 자기가 가진 권력, 능력, 힘을 자랑하고 그에 의지하고 사는 사람입니다.

권력은 길어야 십 년입니다. 십 년 권세가 없다고 하는 옛말로 알 수 있습니다. 근력이 좋아도 50이 넘으면 힘을 못 씁니다. 건강도 요사이 코로나 열병을 이기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믿을 것이 못 됩니다. 1960년대는 모두가 가난하여 없는 것뿐이고, 헐벗고, 굶주리고, 영양실조로 고생하다가 이제 살만하니 경제 위기가 닥쳐서 사회적으로 중산층이 사라지고, 모두 집도 없는 신세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한 번의 잘못으로 세상 밖으로 쫓겨나고, 떨어져 나가고 죽음으로 모두 허무가 됩니다.

세상에 믿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나가고, 사라지고, 소멸하고, 무너져 내리고, 쓰러져 내려갑니다.

그러나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권력이나 재력이나 명예에 의지하지 않고 하느님께 의지하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 모든 존재의 뿌리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세상은 태초에 하느님의 말씀으로 하늘과 땅이 생겨났습니다.

말씀 한마디로 이루어진 세상, 그 말씀의 뜻을 따라 살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사람의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도 하느님의 힘입니다. 우리가 죄의 사슬에서 풀려나는 것도 하느님 자비와 사랑의 힘입니다.

하느님 앞에 겸손하고 온유함으로써 주님의 뜻을 찾고 따르는 믿음을 가지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