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사는 사람 <마태 13, 24-43>

가라지의 비유는 천국과 지옥을 분리하여 천국에 갈 사람, 지옥에 떨어질 사람을 구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라지로 남지 말고 좋은 밀이 되기를 기대하시는 자비로운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모두 “보기에 좋더라” 하시며 악을 만들지 않고 오늘 비유 말씀처럼 좋은 밀, 선한 것만 땅에 심어 결실을 거두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자녀를 낳으면 반듯하고, 착하고, 올바른 생각과 말과 행위를 하도록 기대하지만, 어느새 감당할 수 없는 아이가 되어 부모님 속을 상하게 하고 “내가 저런 놈을 낳았나?” 하고 한탄합니다.

그럼 좋은 씨만 심었는데 가리지는 어디서? 주님은 “원수가 그렇게 하였구나”하고 말합니다. 참삶을 살도록 낙원을 준비하고,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기쁨 속에 살도록 창조된 사람이 원수 악마의 속임수에 빠져 죄를 짓게 되는 형상을 보고 뱀을 저주합니다. 뱀의 탈을 쓴 마귀가 아니었으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리를 배울 때 영혼의 삼 구 즉, 영혼을 해치는 세 원수는 마귀, 세상, 육신이라고 가르치십니다. 그런데 나를 가라지로 만드는 것은 밖에서 오는 유혹이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유혹입니다. 여기서 잠깐 생각을 달리하는 것은 잘못된 아들을 죽으라고 구렁텅이에 처넣을 부모는 없습니다. 끝까지 기다리려 주는 자비로운 부모입니다. 이같이 하느님도 끝까지 기다리는 상징은 세상 끝날까지 가라지가 안 되도록 기다리는 마음으로 추수 때까지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 말씀은 죽기 전까지 회개의 기회를 주신다는 것입니다.

작은아들의 비유 속에 가라지 중 가라지인 아들이 살아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이야기와 돌아온 아들을 사랑하시는 것을 보여 주시며 가라지가 밀이 되도록 매일 멀리 떠난 아들을 기다렸다가 만나 회개의 기쁨을 나누는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왜 멀쩡한 사람이 가라지가 될까요? 각자 안의 자기 책임을 하느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왜 나를 못살게 할까? 하지만 남의 탓이 아니라 자기 탓입니다. 그래서 죄에 대하여 우리는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요” 하라고 하십니다. 각자의 문제입니다.

좋은 대통령, 좋은 사회적 지도자, 착한 목자, 사제, 주교, 교황이지만 권력에 대한 욕심이 과하면 실수를 합니다.

권력은 좋은 것이고 요긴한 것입니다. 재물도, 명예도, 같습니다. 그러나 부정을 통해서 얻은 권력, 재력, 명예는 모두가 가라지로 가는 길입니다.

권력은 봉사와 섬김을 위한 것이며, 재물은 나누기 위한 것이고, 명예는 친교를 위한 것입니다.

사람이 창조의 목적대로 살지 않으면 가라지가 되듯이 존재하는 모든 것도 각기 자기 목적대로 존재하지 않으면 가라지가 됩니다. 어떤 이는 천국, 지옥을 설명하려는 것으로 해석하려고 하는데 저는 끝까지 기다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보여 주시는 것이라 믿고 성장 과정에서 수도 생활로 완숙하기 전에 잘못된 가라지의 형태를 벗어 밀이 되려고 늦게나마 노력하는 가운데 행복을 향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옛날의 실수와 잘못을 뉘우치고 참으로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새로운 계명을 지키며 살아갑니다.

모두 가라지였던 것을 후회하지만 말고 밀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겨자씨와 같은 믿음, 빵을 부풀게 하는 누룩 같은 믿음을 통해 모든 이들의 구원을 말씀하시며 하느님의 나라에 살도록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