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깊은 진리를 감춘다. < 마태 11, 25-23>  

“식자우환”이란 말이 있고 “약빠른 고양이가 밤눈 어둡다.”란 말처럼 오늘 주님은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다른 이들의 새로운 지식을 거부하고 자기가 아는 것만 고집하는 사람은 새것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새것을 받아들이는 어린이만 못하다고 하십니다. 공자님이 둘이 길을 가다가 “나의 스승은 함께 가는 사람이다.” 하시고 물살이 강하게 흐르는 강을 헤엄쳐 건너는 사람에게 “어떻게 강을 건너왔느냐?” 물으니 “그저 물이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니 저 멀리 있는 강기슭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 얼마나 지혜로운 행동입니까? 자기 힘만 믿고 강을 건너려고 하면 지쳐서 중간에 물에 빠져 죽게 됩니다.

참 지혜는 자기 지식이나 힘을 믿지 않고 자연의 힘에 맡기는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입니다. “지식은 책에서 배우고 지혜는 마음에서 배운다. 어린이는 마음이 깨끗하고, 순수하고, 단순하니 지식에서가 아니고 받아들임에서 알게 된다.”

지식을 가진 사람은 이것저것 이익 계산을 하며 똑똑하게 행동하고 까다롭게 따지다가 본질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느님이 계신다면 계신 하느님을 믿고, 믿음으로 희망이 생기고, 희망으로 사랑을 하게 되어 하느님 사랑으로 초대됩니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많이 있기 마련입니다. 벽으로 가린 세상을 구멍을 내고 밖을 보면 가려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니 신기하고 무엇이든 자랑하고 싶지만, 조금 후 다시 보면 주위에 눈에 띄지 않은 것들이 있어 구멍을 크게 뚫으면 더 많은 것이 있습니다.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집니다.

사람을 사귀면 사귈수록 사람을 모르게 됩니다. 착하게 보여 사귀었는데 착한 것 뒤에 다른 악이 숨어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 알수록 모르는 사람이 됩니다.

사람은 줄수록 더 요구하고 잘해줄수록 더 잘해달라고 합니다. 서로 사랑하는 잉꼬부부가 시간이 갈수록 친해지는 것이 아니라, 친해지면서 더 요구가 많아집니다. “핸드백 하나면 좋겠다.” 하지만, “하나 더” 아니면 그 안에 내용물을 요구하게 되고 더 좋은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등을 돌리고 분열의 시작이 됩니다.

사람을 사귀다가 “나는 너 그런 사람인지 몰랐다”하고 말하게 되고 갈등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이럴 때 어린이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은 알수록 더 모르게 되듯이 하느님도 알수록 모르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하느님 알수록 “참 하느님이 계신가?” 의심하게 됩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참 하느님이신 것을 아는 것은 이것저것 다 알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행위가 순수하고 단순해야 합니다. 나를 맡기는 행위로 아니, 순종의 자세로 세상에 오신 주님을 “참 하느님이십니다.” 고백해야 합니다.

성모님은 천사가 당신이 구세주의 어머니가 된다는 말은 하셨을 때 다 알아듣고 승복한 것이 아니라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하심으로써 위대한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린이처럼 주님을 믿고 받아들이며 주님의 사랑 안에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