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스승보다 높지 않다. <마태 10, 24-33> 

“그러나 스승처럼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라고 하심으로써 우리는 1500년 동안 베네딕도 회원이 역사 안에서 베네딕도 성인만큼 높이 오를 수 없지만, 같은 모습으로 살아야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서원한 지 60년이 되어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이렇게 오래 살면서 비슷하게 산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니 부끄럽기만 합니다. 나는 침묵에 있어 따라야 하는데 따르지 못하였고, 하느님을 하느님의 영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영성이 없어 이끄는 것이 부족하고, 기도 생활에 전념해야 하는데 전념하지 못했고, 보석 같은 규칙서 한 마디 한 마디 마음에 담아 실천해야 하는데 매일 식당 독서 시간에 들으면서 지나간 옛이야기처럼 듣고 지나가고, 생각과 마음과 실천에 게으르고, 그저 앞에 놓인 일과에 충실할 뿐 별로 뛰어나게 잘 살지 못하고 있으니 오늘 미사에 찬미 찬송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그러나 달려야 하고, 목표를 정확히 알고 따라야 합니다. 어제 회의를 하면서 “중환자를 위한 요양 시설을 어디에다 하면 좋겠나?” 많은 사람이 본원 밖에 시설을 만들어 잘 모시겠다고 합니다. 50, 60년 동안 이곳에서 잘 살지는 못했지만, 한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살다가 밖에서 죽을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저는 “객사”라 하며 “반대다.” 하니 웃어넘기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저처럼 죽음 가까이 있으면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잘 살지는 못해도 80 평생 함께 살고 순명, 청빈, 정결 서원을 통해 하느님께 봉헌한 것은 나와 공동체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일치를 이루고 살았으며 그때그때 일 가운데 얼굴을 맞대고 사랑을 나누며 살던 친구들 앞에서 세상을 떠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도회의 본질은 “장주”에 있어 생각과 마음과 행동이 떠나지 않고 이 공동체 안에 머물고 함께하는 것입니다. 내가 머물러 사는 곳을 하느님의 나라로 만들고, 그 나라에 살고 있다가 떠나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의 도리가 아닙니다.

세상은 어떻게 하는가? 죽음이 임박하면 요양원에 보내고, 모르는 사람 손에 있다가 세상을 떠나보내는 것, 병원 중환자실에 있다가 죽어서 장례식을 위해 장례식장에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집 안에서 모시고 죽음을 기다리며 사시다가 끝내 제 품에서 운명하셨을 때 슬픔과 기쁨이 함께했습니다.

제 말의 참뜻은 삶은 스승만 못해도 죽음은 스승과 같아지기 위해 공동체 안에서의 죽음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각자의 죽음도 가족과 함께 살다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떠나는 것이 공동체 안에 살다가 편하게 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제대로 살지 못해서도 성가를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웃으며 주님 앞에 가기를 기도합니다. 스승의 가르침을 다 따르지 못했지만, 이 안에 머무는 것은 행복입니다.

주님 찾아온 곳에서 성인 만나 스승으로 삼아 주님 찾으니 이곳이 하느님 나라라고 하셨습니다. 끝까지 모든 시련 견디며 살다 보니 하느님 찾아보고 자유, 평화, 기쁨 누리고 살고 있으므로 스승처럼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