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섬김을 받으러 오시지 않으셨다. <마태 10, 7-15>

어떤 자리에 오르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자리를 잡습니다. 내가 저 자리에 오르면 나에게 주어진 권리를 찾아 행사하려고 합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무릎을 꿇고 읍소하던 사람이 되고 나면 권리 행사하느라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권력에 집중하여 많은 빈축을 사기도 합니다. 오늘 주님은 사도를 선택하여 구원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가 봉사와 섬기는 일을 하도록 파견하시면서 힘자랑, 물질 자랑, 명예 자랑도 하지 말라고 하시며 무엇을 가져가지도 말고 이리저리 더 편한 자리 찾지 말고 한 자리에 머물고, 원하지 않으면 미련 없이 떠나라고 하셨습니다. 주님이 그렇게 오셨고, 그렇게 사셨고, 섬김을 주러 오셨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첫째 자리를 탐하거나 원하면서 자리를 차지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도 하고, 사기도 치고, 헛맹세도 하고 그 자리에 앉으면 더 고약한 사람으로 힘만 쓰고 힘으로 봉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주님은 윗자리를 탐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윗자리에 자리를 잡은 사람은 권리도 있지만, 의무가 더 소중합니다. 교회는 절차상 윗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권리보다 의무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멀리 생각하지 말고 사제직만 생각해도 받은 것은 많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미사 봉헌권입니다. 그러나 혼자서 미사 할 수 없습니다. 자신만 위하여 받은 것이 아닙니다.

혼인 성사권도 사제에게 있다고 배웠는데 혼배 성사는 남녀 부부가 있어야 하고 실제로 부부 안에 이루어지는 계약으로 성립됩니다. 사제는 봉사자 역할을 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사제로 서품될 시기가 2차 바티칸 공의회가 시작하고 끝나는 시점이었습니다. 교회의 정신은 사제는 권리자가 아니라 봉사자이고 교회의 주인은 평신도들이라고 배웠습니다. 그 당시 세 분의 본당 신부님들의 사목은 완전히 주인 역할을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3년 만에 본당 신부로 부임하면서 처음 이사 때 “저는 여러분을 다스리러 오지 않고 하느님의 심부름꾼으로 파견되어 왔습니다. 하느님의 일꾼일 뿐입니다. 여러분이 저를 잘 부리면 교회가 융성해지겠지만, 저를 게으르게 하고 일거리를 주시지 않으면 본당이 성장하지 못하고 많은 결실을 걷지 못합니다.” 하고 첫 본당을 시작했습니다. 제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여러 성과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성직주의가 교회 안에 자리 잡고 있어 신부를 좋아하는 사람만 남아있으라고 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주임 신부가 보좌는 무시하고 밑에 사람으로 보고 신자는 종으로 생각한다면 오늘 복음의 정신을 바로 알아듣지 못한 결과입니다. 성모님도 그 막중한 임무를 받으시며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했듯이 하느님의 어머니 되시며 섬기는 자세로 사셨듯이 우리도 어떤 위치에 있든지 그 자리에서 섬기고 봉사하는 자세로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