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하늘길, 땅 길을 만드는 것 <마태 6, 7-15>

가야 할 곳을 찾아가려면 길이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을 찾아 만나려면 길이 있어야 합니다. 기도는 야고보의 하늘과 땅을 잇는 사다리 같은 것이지만 주님은 오늘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시며 하늘길, 땅길 모두 열어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좋은 길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여 뜬구름처럼 올라가지도 못하고 구름 속으로 빠져 땅에 떨어지고 길을 잃어버립니다.

오늘 주님은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하셨는데, 우리는 “비 맞은 중 모양” 중얼중얼하다가 기도가 끝나게 됩니다. 기도는 외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알며 주님 마음에 전달이 되도록 현실성 있는 대화적 기도라야 합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불렀으면 아버지의 응답을 기다려야 합니다. “왜 나를 찾고 불렀느냐?” 이 소리를 듣지 못했으면 주님과 첫 번째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기도반응에 할 말을 해야 합니다. 덮어놓고 “이것 해주세요, 이것 이루어주세요” 하면 주님은 “나는 다 알고 있다.” 하십니다. 우리 편에서 할 말은 감사, 찬미입니다. “아버지 저를 존재하게 하시고, 먹이시고, 입히시고, 숨 쉬게 하시고, 태양의 힘으로 살게 하시고, 맑은 물을 마시게 하셔서 생명을 유지하게 하심에 감사와 찬미 드립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거룩함을 주시고 하느님의 나라를 주십니다. 그 나라에 살려면 하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며 이루어주십니다. 이 오묘한 신비에 살도록 마련하신 아버지의 자비심을 찬송하면서 이미 주시기로 약속한 모든 것을 받고 감사합니다. 땅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주시고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실천하시려고 우리의 잘못을 용서해주시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십니다. 악에서 구하시는 아버지께 감사합니다. 하늘길 열어주시고, 땅길 열어주셔서 서로 사랑하면서 섬기고, 나누고, 친교를 맺도록 이끄시는 이 신비의 기도는 주님이 직접 만들어주셨습니다. 형식적이나, 습관적이거나, 빈말이 아닌 기도를 의미 깊게 드리며 하늘길, 땅의 길을 가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서로 대화를 나눌 때 실패하는 이유는 막가파처럼 들이미는 대화이거나 이것저것을 달라고 하면 길이 닫힙니다. 예전에 꼭 필요한 일이 있어 아빠스님에게 청할 일이 있어 대화를 시작할 때 먼저 “전에 주신 것 감사하고 유용하게 잘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경기가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고생합니다. 서로 사회적 어려움을 공감하고 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좀 도와주세요.” 하니 “네, 도와드리지요.” 하여 승낙받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일이 있었습니다.

양쪽의 길을 열고 대화에 임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북쪽은 한길도 열지 않고 내놓지 않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거야.” 하면 될 일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과도 길을 열고, 왔다 갔다 하면서 일치의 길을 찾아 성실하고, 충실하고, 믿음 깊은 대화적 기도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합니다. 소리 지르며 “이루어주소서.”가 아니고, 마음 깊은 데서 울려오는 소리로 기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