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다르다. <요한 14, 27-31>

세상이 주는 평화는 차지하고자 하는 권력을 차지했을 때, 얻고자 하는 재산을 모았을 때, 차지하고자 하는 명예를 얻었을 때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은 부질없는 것이며 지나가는 것뿐입니다. 어떤 사람은 전쟁을 통해 승리하였을 때 평화가 온다고 하지만,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밀리고 처져서 또 다른 전쟁을 해야 합니다.

주님이 주시는 참 평화는 십자가의 죽음 뒤에 오는 참 생명인 부활을 말씀하십니다.

어제 젊은 형제가 저를 보고 “신부님은 좋은 세상을 사셨습니다.” 사제 생활에 사회적 저항이나 큰 장애 없이 지냈습니다. 오늘 사제의 가치는 땅에 떨어져 존경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위험하고 흔들리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제가 사제가 되던 해 신학교는 서울에 하나 있었고, 사제 수는 300명이 넘지 않았습니다. 사제는 화장실도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시대였고 고백성사 본다고 하니 깜짝 놀라는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고 시대적으로 혼란한 시기였지만, 지금처럼 “사제 옷 벗어라. 주교 물러가라. 교회가 망한다.” 하는 소리는 없었습니다. 역사 안에 불미한 사건도 호교론으로 방어하고, 깨끗하고 정의로운 교회로 나타났지만 오늘 현실은 작은 일이나 큰일 아니, 매스컴을 통해 전파되어 알려지고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현대나 전 시대나 교회가 수난을 겪는 것은 마찬가집니다. 언제나 주님이 주시는 평화를 분명히 알고 따라야 합니다.

가난한 마음을 가진 사람, 참 평화를 누리고 마음이 깨끗한 사람, 조심성 있게 사는 사람, 부족하고 모자라는 것을 참고 견디는 사람, 자비를 베푸는 사람, 남의 것을 탐하지 않은 사람, 시기나 질투심이 없는 사람, 네 탓이라 하지 않고 내 탓이라 하는 사람, 긍정적 사고로 모두를 수용하는 사람, 악한 무리와 섞이지 않고 선한 사람과 친교를 맺는 사람, 진실하고 정의롭고 참되게 사는 사람, 남을 속이지 않는 사람, 가진 것을 내주는 사람, 짜증 나는 일에 웃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맑고 환한 얼굴을 하고 사는 사람입니다.

미사 때 평화의 인사는 주님과 함께 전하는, 주님이 주시는 참 평화입니다. 같은 미사에 참례하고 성당 문을 나오면서 짜증 나는 얼굴을 하고 다닌다면 주님의 평화를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모든 것은 십자가 뒤에 숨어있는 신비입니다.

가끔 거울을 보며 저의 얼굴 모습이 어떻게 해야 평화의 모습일까? 연구하며 만들어 봅니다. 이 시간에 마음 모양도 참 평화의 모습인가를 살펴보기도 합니다.

화가 나고 슬플 때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살펴보세요. 모두가 주님이 주시는 참 평화를 누리고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