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말씀은 지혜와 생명의 원천이십니다. <요한 6, 60-69>

사람의 외적 품위는 말에 있고 내적 품위는 마음에 있습니다. 마음은 다 볼 수도 없고 알아보지 못하지만, 말의 의미에 따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주님이 “내 살과 피를 먹고 마시라” 하시니 사람들은 주님을 떠났으나 제자들은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하고 주님과 함께 머물러 죽기까지 살았습니다. 이같이 주님의 말씀은 지혜롭고 생명을 주시니 그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은 외적 내적 인간의 품위를 지키고 영원한 생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말씀의 중요성을 신학교 들어가서 라틴어를 배우면서 느끼고 마음의 안정과 믿음의 의미를 깨우쳐 살고 있습니다. 라틴어 배우면서 “신학생은 마리아를 사랑합니다.” 그 말을 먼저 외우고, 그 후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는 말을 배우고 익히고, 그 글자를 곱게 깨끗한 종이에 써서 가슴에 간직하고, 내가 사제가 되어 주님의 말씀 따라 살 말씀을 간직하고 살다가 고의가 아닌 실수를 범하여 신학교에서 쫓겨날 지경에 이르렀는데 성당에 가서 기도하면서 용서받고 그대로 살게 해달라고 간청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말씀은 힘 있고 생명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비록 빵과 포도주를 주님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는 자격이 없어져도 그 말씀의 본질적 변화는 없다. 내가 평신도로 살며 미사에 참례하면 생명과 지혜의 말씀으로 이루어진 기적의 현실에 참례할 수 있는 것만이 얼마나 큰 은총인가? 그것만으로도 말씀의 가치 안에 살 수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주님이 세상에 오셔서 하신 말씀 중에 가장 위대한 말씀은 기적 중 기적이며 오늘 베드로 사도가 사도행전에 중풍 병자에게 “일어나라” 하고 죽은 타비타를 일으켜 세우며 “타비타, 일어나시오” 하시는 말씀보다, 주님이 세상을 향해서 하신 모든 말씀보다 더 힘 있고 지혜롭고 생명이신 말씀은 사제들을 통하여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피다.” 하시는 말씀입니다. 2,000년 동안 아니 세상 끝날까지 계속되는 말씀으로 병자를 일으켜 세우는 것보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말씀보다 밀가루 빵과 포도주가 하느님의 몸과 피가 되는 큰 기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말씀의 힘은 큰 것입니다. 저 서울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이순신 장군도 역적으로 몰려 문무 대신 200명이 “사형에 처해야 합니다.” 했지만 한 사람의 충신 도체찰사인 오리 이원익, 요새 같으면 계엄 사령관쯤 되는 사람이 죽이지 말라고 임금께 말하여 사형을 면했다고 합니다. 199명보다 한 사람의 말이 생명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때 내가 말을 잘못해서 살 사람을 죽이거나 말을 잘해서 죽을 사람은 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 한마디로 죽고 사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 외적으로 품위 있는 말, 내적으로 품위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내 마음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깨닫고 깊이 생각하고 품위 있게 말하도록 기도합니다.

미사 전례 안에서 주님의 말씀을 따라 주님의 몸을 영함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됨을 감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