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화란? <마태 28, 18-20>

대전 프란치스코 수도원 피정을 시키러 간 적이 있습니다. 언덕 위에 있는 수도원이라 밤이면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데 빛이 나는 십자가가 눈에 들어오는 것만 세어보니 17개 보여서 “주님 이만하면 되겠네요. 그러나 복음화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늘 민족의 복음화 주일, 중요한 것이 숫자입니까? 아니면 질일까요? 분명히 숫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사가 끝나면 파견 선언을 합니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하시오.” 이 말씀을 듣고 복음을 전하는 우리의 근본적 자세는 무엇일까요?

나가서 미사 때 들은 복음의 내용을 전하라는 말씀일까? 아니면 예수를 믿으라고 소리를 지를까요? 그게 뭐든지 우리의 행동은 분명하지 않고 귓등으로 듣고 지나가 버리는 일이 허다합니다.

바로 알고 전하려는 사람은 우선 미사에서 받은 은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당신은 미사를 통해 어떤 은혜를 받았습니까?” 하면 망설이다가 “평화” 아니면 하다가 머뭇거립니다. 미사에 참례하고도 어떤 은혜를 받았는지 모르니 자연히 무엇을 전해야 하는지 모르고, 실천하지 못합니다.

오늘 복음에 부활하신 후 제자들을 떠나시며 그동안 주님과 함께 있으면서 보고 듣고 깨우친 바를 통해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주님을 통해 또한, 성령을 통해 복음화되어 세상 끝날까지 전하라 하셨으므로 오늘 나 같은 사람도 주님을 알고, 아침저녁 주님을 찾아 얻고, 주님과 함께 주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미사를 통해 주님을 알아서 주님의 모든 것을 받게 됨을 고백합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하느님 아버지 자비의 은총,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하는 은총, 하느님 아버지의 생명으로 사는 은총을 받게 됩니다.

미사 끝에 파견받은 사람은 밖으로 나가 나 자신부터 시작하여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아니 피조물에게 자비, 일치, 생명을 전하는 것이 복음을 전하는 것이어서 복음화란 하느님을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 모습으로 창조된 사람은 아버지와 같은 품성, 같은 본질을 가지고 사는 것입니다. 적어도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라는 명령인 양심의 법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 위에 하느님 말씀에 순명, 말씀대로 청빈, 말씀을 따라 정결을 지키며 살면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면 세상이 복음화됩니다. 하느님의 나라에 살 것입니다.

이를 실천하는 사람을 통해 세상이 하느님의 나라로 변화되어 가도록 기도합니다. 스스로 복음화에 초대된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 밤낮으로 반성하며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