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벗어나자 <루카 11, 15-26>

우주 만물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은 시대나 사람의 인지 환경에 따라 계시하시고 전해주십니다. 성령을 받아 전하는 사람도 의식 수준에 맞게 알아듣고 전달합니다. 오늘 주님이 오셔서 말씀하신다면 신약의 말씀과 다른 말씀을 하실 것입니다. 예수님이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본 군중은 마귀가 마귀를 쫓아낸다고 합니다. 고정관념이 주님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오해를 만들어 냅니다. “사람은 반드시 이래야 한다.” 역사 안에서 배우고 익힌 것은 절대적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성당 안이 너무나 더워서 선풍기를 놓으려고 모금 운동하는데 한 귀부인이 찾아와 저를 보고 “당신은 정신없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기에“무엇을 말합니까?” 하니 “나는 집에서 에어컨도 있고 선풍기도 있어 시원하게 살고 있지만 미사 시간에 땀 흘리며 공로를 쌓아 죽어서 하느님 앞에 상 받으려고 하는데 공로 쌓을 기회를 왜 빼앗아 갑니까?” 그래서 “주일에 4대, 5대 미사 드리는 사제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하니 “신부님은 그렇게 고생하고 힘들게 살려고 사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사제로써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공로는 특별한 행위로 곡간에 곡식을 쌓듯 쌓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공로로 하느님 나라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로 가는 것입니다. 음식도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먹고 마시고, 태양 에너지나 공기가 공평하게 나누어져 생명을 보존하듯 각자에게 귀하게 주신 생명을 잘 보존해야 합니다. 옛 생활 습성을 고집하지 말고 오늘 생활 습성대로 따라가야 합니다. 새날 새 아침에 새로운 날을 살아야 하듯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어 보존하고 마셔야 합니다. 가톨릭교회도 변화의 과정에 적응하고 쇄신되어 갑니다. 옛날 벽을 보고 미사 드리는 시대가 지나 함께 바라보는 미사를 드리는 것처럼 전환기를 거쳐 새로운 교회 상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도 옛 습성에 젖어 하느님이 중심인 교회가 사제 중심의 교회로 살고 있습니다. 사제는 하느님 나라를 다스리고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봉사자입니다. 교회는 한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주인이 아니라 봉사자입니다. “민심이 천심이다.” 하듯이 진, 선, 미의 근원이신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 나라를 잘 이끄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새날 새 아침같이 새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새날을 주신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며, 새 마음 새 뜻으로 하루를 채워 나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