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라 <루카 10, 17-24>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그러나 더 긴 영원한 것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이름을 남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아무리 자기 공적이 크다 해도 시간과 공간의 변화 속에 남는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어제의 큰 공로도 생각이 다른 사람에 의해 지구상에서 지워지고 사라집니다. 오로지 영원히 남는 것은 영원한 곳에 기록되는 것, 아무도 없앨 수 없는 이름입니다. 우리가 지금 보는 성경도 원본은 손상되고 사본의 사본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세상의 것은 영원히 남는 것이 없습니다. 변화와 변질 속에 없어지고 사라져 갑니다.

사람은 이런저런 일을 하려고 동분서주하지만 지나고 보면 사라져 버립니다. 하느님 마음속에 기록된 것은 영원한 하느님같이 영원합니다. 오래전에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인 우리 왜관 수도원의 초대 아빠스님 당선된 지 7년 만에 공동체의 요구로 아빠스 직을 사임하시고 한국이 원하지 않으니 다른 곳에 선교 가시겠다고 일본으로 가실 때 제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아빠스님! 이름을 날리기 위해 좋은 일 하시는 것보다 한국에 남아서 선교 사명을 완수하시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미 하늘에 이름이 기록되어 있으니 한국에서 효과적으로 선교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일본, 필리핀, 대만, 중국, 이태리, 본국을 다니시며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마지막 한국에 다시 오셔서 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사시다가 하느님 나라로 가셨습니다. 한국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하셨으면 한국 사람처럼 활동하시다가 영광중에 가셨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래도 그분은 하느님 나라에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아들을 보시고 믿고, 따르셨고, 하느님이 주신 능력을 다 사용하신 분이셨습니다.

저는 이름 없는 수도자로서 다른 이들이 생각해주는 수도자가 아니지만 내 이름이 교황청에 기록되어 있고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 품 안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평해도 하늘에 이름이 기록된 것을 기뻐하고 하느님 만나는 날을 기다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내 눈으로 보는 것을 보고, 들을 것을 듣고, 믿음을 살며 이 고난의 길을 가고 있어 행복합니다. 볼 것을 보고, 들을 것을 듣고, 만나는 사람에게 보고 들은 바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전하고 인정받을 때 참으로 행복합니다.

오늘 하느님의 사랑받는 두 부부가 임종할 때 대세로 하느님의 자녀로 등록 시켜 하느님 나라에 사는 분의 묘소에 가서 몇십 년째 매년 미사를 드리러 가면서 선교적 사명은 하느님 나라에 이름을 등록시키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산에 갈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주님을 보고, 듣고, 알게 된 것을 감사 기도하며 행복하게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