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주님으로 모시지 않은 사람 <루카 4, 21-30>

오늘 복음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배척을 당하시는 내용이 마음을 서글프게 합니다. 함께 살고, 자라고, 생활하던 이들이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 하며 무시하는 말부터 시작하여 “의사야, 네 병이나 고쳐라.”하고 빈정대며 주님을 적폐같이 대하고 마침내 동네에서 쫓아내고 벼랑에 떨어트려 죽이려고 하였습니다. 이들은 끝내 십자가의 죽음으로 끝을 냈습니다.

유명한 예술가는 그 시대에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남이 알아주지도 않고 무감각하게 대합니다. 우리는 죽는다는 말을 쉽게 사용합니다. 어제 몸이 불편하다고 하니 걱정보다 “죽으려고 하느냐?” 합니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죽음을 묵상하지만, 막상“죽으려고 하느냐?” 하는 말은 섭섭하게 들렸습니다.

어떤 이는 가까이 있는 사람이니 그런 농담도 한다고 하지만 정중하지 않은 소리로 들립니다.

멀리 있는 사람은 생각하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에 무관심할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 우리 수도원의 기쁨이며 즐거움의 모델이던 독일인 수사님이 입원한 파티마 병원 방문을 했습니다. 웃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하고, 물끄러미 사람을 보기에 “내가 누구냐?” 하니 “그레그레” 하였습니다. 알아보는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우리 형제들이 돌보지 않고 버려두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집으로 모시고 형제들이 돌보고 상대를 하는 것이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하였습니다. 호수로 음식을 위로 직접 주입하여 영양을 취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오면서 ‘음식을 마시고 먹는 것만으로 행복이다.’ 생각하면서 점심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었습니다.

주님이 주님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시고, 푸대접하는 고향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우리도 가까이 있는 사람을 잘 안다고 무관심하고, 너무 잘 알고 있어 무시하고, 경멸하고, 쫓아내고,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는지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부부가 10년, 20년 살다 보면 더 깊은 정이 들어야 하는데 서로 싫어하고 적대시하고 막말하는 삶을 통해 결국 떨어져 나가는 부부를 대하면서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 더 이해하고, 더 알아주고, 더 보듬어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참사랑인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 계명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깊이 보면 신비한 존재입니다. 그 신비를 알고 이해하지 않으면 서로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가난한 마음으로 주님의 자비를 본받아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살고, 상대의 약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한 번의 인연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필연으로 만들어나가도록 기도합니다. 주님은 나의 사랑이며 나와 필연적 관계입니다.

다가오는 설,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