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는 농부의 지혜로운 준비 <마르코 4, 1-20>

모든 농사는 농민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성실하게 임하는가에 따라 추수기에 풍요하게 거둬들일 수 있을지, 그렇지 못할지가 결정됩니다.

우선 농부는 봄에 땅에 뿌릴 씨를 겨우내 정성껏 준비하고 땅을 잘 가래질하여서 뿌릴 씨가 잘 자라도록 성실하고 정성을 다해 노력합니다.

오늘 복음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농부는 준비되지 않은 땅에 마구 뿌려 귀한 씨를 낭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을 지혜로운 농부가 성실하게 준비하고 씨 뿌리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요사이 마구잡이로 사는 사람들을 신앙으로 이끌어가야 하겠습니다.

준비 없는 농부는 아무 땅에나 씨를 뿌려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고 시작부터 성실하게 준비하여 하느님의 일에 응답하는 삶을 묵상하고자 합니다. 한 알의 씨는 좋은 땅에 심어지면 솜털 같은 싹이 나와 자라서 심어진 씨와 같은 곡식을 100배 200배 결실을 냅니다. 그러나 마구 뿌려진 씨앗은 여기저기 굴러다니다가 마르고 새가 쪼아 먹고 가시덤불에 싸여 숨도 못 쉬고 죽고 맙니다. 이는 세상에 귀하게 태어나 제대로 부모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교육도 받지 못하여 세상 이곳저곳에 굴러다니다가 사람 구실도 못 하고 낭떠러지에 굴러서, 악마의 손에 잡혀 끌려가고, “아더메치유”<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고, 유치한>한 환경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소멸하는 인생과 같습니다.

이런 생명을 보호하고, 책임지고, 존경하여 사랑으로 감싸주어야 할 사람들이 생각 없이 살고,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귀한 생명을 하느님으로 섬기지 않아서 생기는 결과입니다. 어린이들을 교육할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는 부모, 선생, 목사, 신부, 정치적 책임을 진 사람들 모두가 지혜로운 농부같이 그 귀한 생명을 보호하고 성장시키고 진실한 사랑으로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지나친 이기심으로 돌볼 것을 돌보지 않고 나태함으로 뒤로 미루고 무관심해지면 길가에 떨어진 씨앗이며, 돌밭에 떨어진 씨앗이며.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입니다. 비옥한 땅을 만들어 귀한 씨앗을 심으려는 농부는 늦은 겨울부터 땅을 깊이 파고, 자갈이나 돌을 캐내어 땅을 고루고, 거름을 주어 영양분이 충분한 땅을 만들어 정성껏 씨앗을 심어 가을에 100배, 200배 결실을 내어 모두 먹고, 마시고, 즐기는 삶을 살도록 준비합니다.

모두 지혜로운 농부처럼 좋은 환경에서 어린 귀한 생명이 자라나 꽃이 피고 열매 맺어 이 땅에 행복이 넘치는 세상이 되도록 아니,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