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과 패배 <루카 21, 34-36>

밤길을 걸어갈 때 조심하고 정신 차려 주위를 잘 살피게 됩니다. 어떤 위험이 감지되면 우리는 마음을 헛되이 가지지 않고 위험에 대처합니다.

오늘 복음은 방심하여 마음이 물러지지 말고, 언제 어디서 위험이 닥칠지 모르니 마음을 단단히 가지기를 권고합니다. 전쟁의 위기가 감지되는 이 시대, 개구리가 미지근한 물이 뜨거워지는 것으로 모르고 놀고 있다가 뜨거워진 물에 죽게 되듯이 평온한 것 같지만 전쟁의 위기가 찾아오는 것을 모르고 방심하고 있으면 어느 날 적이 전쟁을 일으켜 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계심과 방어, 힘을 길러야 합니다.

우리나라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고 신앙을 잃어 가는 것은 깊이 있는 신자 관리가 부족한 이유입니다. 무관심, 무능력, 무감각, 형식적 신앙, 습관적 신앙생활을 버려두면 어느 날 교회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집니다. 그런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길은 신앙의 깊은 인식입니다. 신앙의 근본적 의미나 한 가지 행동에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존재가 복을 주는 분이라거나, 믿음으로 막연한 평화가 있다고 알고 있으면 복이 사라지고 평화가 없으면 하느님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우리 믿음의 참 의미는 하느님이 진실하신 것같이 진실하고, 하느님이 사랑이신 것같이 사랑을 실천하고, 하느님이 거룩하신 것같이 거룩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신앙생활의 현상을 보면 절망적 상태입니다. 교회는 세상의 참 빛인가? 신자들의 신앙은 모범적인가? 아니라면 방심하지 말고 깨어 기도해야 합니다.

12월 대림 시기, 어느 본당에서는 3회에 걸쳐 대림 특강을 준비하면서 신경 쓰는 내용은 “믿음의 삶을 바른 의식으로 살고 있는가?” “지금 잠에서 깨어나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하지 않는가?”를 중점적으로 강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의 적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삼 구라 하여 세속, 마귀, 육신이라 하였지만 지금은 나태, 무관심, 무의식, 자만, 허영, 안락한 마음입니다.

우선 편하다고, 아니면 편한 것을 찾아 희생 없이 편한 자리를 찾으면 저 많은 쓰레기를 누가 처리하겠습니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쓰레기만 쌓이고 온갖 곳에서 냄새만 나게 됩니다. 깨끗한 세상, 아름다운 세상, 보기 좋은 세상, 자유와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려면 방심이 최대의 적입니다. 정신 차리고 깨어 있어서 주님 앞에 설 수 있도록 살아야 합니다.

모든 믿는 사람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방심하지 말고 깨어서 기도하는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