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앞에는 모두가 살아 있다. <루카 20, 27-40>

오늘 복음은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다.” 그런데 생각에 생각을 다한 나머지 이 말씀은 하느님 앞에는 죽음이 없고 모두가 살아 있으면서 세상의 인연이나 관계는 의미가 없고 오로지 존재 그 자체라고 하시며 하느님은 존재 그 자체이심을 드러내십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참 공산주의의 이념은 세상에서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이 이상은 참으로 바람직한 희망입니다. 공평한 세상, 모두가 잘사는 세상, 계급적 차이도 가진 것의 차이도 없는 세상, 유명세를 띄고 사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평행선 안에 사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은 시간과 공간 안에 사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합니다. 생성, 성장 과정, 목표달성의 구조 안에는 높고 낮은, 앞뒤가 현존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앞에는 이런 것이 하늘 높은 데서 바라보는 땅과 같이 높고 낮음도 없고, 넓고 좁은 것도 없이 하나의 둥근 공같이 보일 뿐입니다.

땅 위에서 볼 때 내 나라, 내 민족, 내 가정, 내 소속이 있고 권력자, 재력가, 명예 인이 있지만 하느님 앞에는 아무런 차별 없이 살아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세상이 어디 있나? 사실 완전한 공산주의 이념을 따르는 세상은 이 땅에 없습니다. 그곳에도 계급적 차별이 있고, 정치 지도자가 하느님 자리에 있어 법치국가가 아니라, 한정된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자기 마음대로 다스리는 사람들이 있어 이 세상이 자기 것인 양 착각하고 살아서 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 사람의 하느님이란?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시며 그 안에 우리가 살도록 마련하신 하느님의 깊은 뜻은 하느님의 뜻을 이 땅에 실천하는 삶입니다. 신의 영역을 월권행위 하려는 사람이 <아담과 하와의 죄는 하느님의 자리를 넘보고 하느님 말씀에 불순종한 것입니다> 되려고 할 때 모순이 발생합니다.

저는 언제부터인지 하느님 나라가 제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어떤 인간적 판단에 의하여 나타나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하느님 앞에 살아 있는 존재로 현존함을 감사하고, 시간과 공간 속에 이리저리 밀리고 인정받지 못해도 사랑이신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시편“하느님의 빛으로 빛을 받아서”와 같이 주님의 말씀 안에 주어진 진리를 묵상하면서 느끼고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떤 위치에 있었든지 무엇을 했는지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의 문제이지 영원한 삶의 문제가 아닙니다. 죽은 다음 “천사들과 같아져서 다시는 죽을 일도 없다.” 하느님은 사람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하느님 앞에는 높고 낮음도, 후와 전의 개념도 없고 세상에서 자리한 그 자리를 주시지도 않고,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하느님을 마주 보며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됩니다. 이런 삶을 살기 위해 하느님의 사랑에 사랑으로 보답하고 살아갑시다.

모두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하느님의 은총 속에 하느님 나라가 임하시기를 준비하며 기다리는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