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의 관계 <루카 1, 39-56>

교회는 세상이 행하는 행위와는 다른 차원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오늘 성모님의 노래 속에 "교만한 자를 내치시고, 통치자를 끌어내시고, 부유한 사람을 빈손으로 내치시고." 하신 말씀을 교회도 같은 자세로 교만한 자를 내치는 데 온 힘을 다하고, 통치자를 끌어내리는 데 온 힘을 다하고, 부유한 자를 내치는 데 온 힘을 다하라는 말씀이 아니고 그와 반대입니다.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고 완전한 사람처럼 교만한 자를 대하라는 말이 아니고, 교회라는 집단적 힘을 가지고 권력과 맞서 싸우라는 말도 아니고, 부를 쌓아 부요한 자를 내치라는 말도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 자체의 정화 깨끗함과 순진함을 통해 교만한 자를 교화시키고, 변화의 원동력이 되어야 합니다. 힘 있는 자가 아니라 힘이 없어도 박해를 받는 자, 힘이 없는 자로서 권력자에게 힘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복수보다 자비가 우선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교회는 부를 자랑할 만큼 다른 이가 보기에 넉넉하게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스스로 가난한 자로 살면서 부자와 가난한 이를 함께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전에 농촌 운동을 할 때 독일에서 들어오는 돈을 밑거름으로 하여 일하고 있을 때 어느 독일 신부와 작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 신부님이 저를 보고 "당신은 큰일이나 하는 것 같아도 결국 독일에서 들어오는 돈으로 하니 큰소리칠 것 없다."고 하여 분노를 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독일 민족의 우월감 때문에 마음이 상했습니다. 지금은 우리 손으로 자립하고 우리가 하는 일을 우리 자본으로 하게 된 것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세상과의 관계를 우리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과 우리가 가진 힘이나 지니고 있는 능력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겸손하고 온유하고 더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과 관계를 해야 합니다.

마리아는 이 노랫말을 몸으로 사시면서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이끌고 구원의 삶을 사신 분입니다.

"하느님께 봉헌된 마리아여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

수도자의 순명, 청빈, 정결의 서원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