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상대 <마르코 9, 2-13>

대화는 너와 나와의 관계를 이어주기도 하고 끊어주기도 합니다. 어떤 일을 누구와 대화하느냐에 따라 말하고자 하는 일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오늘 주님은 모세와 엘리야와 이야기를 하셨다고 기록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짐작하건대 세 분이 빛나는 모습으로 나타나셨다는 말을 들으면 분명히 주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우리는 대화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상대와 말하기 싫으면 대화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대화는 대화의 내용이 있어야 하고 서로 사랑하는 관계여야 하고 대화의 결실 즉, 실천이 따라야 합니다.

말하는 사람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고 왜 말을 하는지 모르고 중구난방으로 의미 없는 말을 나누면 실속 없는 잡담이 됩니다.

서로 존경하고 인격적 대우를 하며 사랑하는 관계여야 말이 성립됩니다. 말을 서로 양보하고 상대를 배려하고 성실해야 합니다.

아무리 말을 잘하고 갖추어도 실속이 없는 말이거나 말로 끝난다면 시간 낭비입니다.

주님과 모세, 엘리야의 대화 내용을 모르지만 구원의 역사 결실을 보면 어떤 내용,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대화를 하고 있습니까? 누구와 무엇을, 사랑을 지니고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까? 제자들도 세 분의 대화 내용을 설명해도 “죽은 이들 가운에 다시 살아난다."는 의미를 못 알아들었다고 합니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화적 관계가 아니라 일방통행으로 자기 말만 하거나 기도문을 의미도 모르고 외우는 기도를 한다면 이는 대화가 아닙니다.

"아버지!" 하고 부르고 너와 나 사이에 진실과 사랑의 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는 고독하지 않고 어려움도 없이 행복하게 사는 이유는 주님이 언제나 부르기만 하면 옆에 계시고 정답고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모두 주님과 진실과 사랑의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