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봄과 못 알아봄 <마르코 6, 53-56>

서로 알아볼 수 없는 사람은 기억을 더듬어 보아야 생각이 납니다.

어제 50년 만에 저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신부님! 저는 신부님이 수녀원 데려다준 아녜스입니다. 2월 4일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껏 아녜스란 이름 가진 수녀를 데려다준 수녀가 수녀원을 나왔나 하고 수녀원에 전화했더니 잘 살고 있다고 하여 도무지 누군지 알 수 없어 궁금하던 차 긴 편지를 받고도 기억이 나지 않고 답답한 마음이었습니다. 만나니 70세 할머니, 도대체 얼굴은 약간 아는 사람 같은데 수녀원 데려다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는데 기억을 다시 상기시켜 겨우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처녀가 수녀가 되고 싶다고 해서 수녀원에 부탁하여 고등학교 교육을 받게 하려고 수녀원에 데려다주었습니다. 수녀원 학교에서 공부했는데, 허락 없이 집에 왔다가 퇴원하고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고 하여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볼 때 도무지 기억할 수 없었는데 본인은 일생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고 하며 나를 보고 옛날 그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은 이미 다른 곳에서 병자를 치유하며 기적을 행하여 많은 사람이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서로 잊었던 사람을 찾아 만나는 것은 기쁨이었습니다. 이런 말, 저런 말을 하면서 계속 웃는 모습에서 행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제 만난 사람도 오늘 잊어버리고 안면을 돌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이 생깁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 적이 되어 서로 알아보지 못하고, 피를 나눈 형제가 서로 알아보지 못하여 동생이 형을 죽이는 일이 일어나고, 자기를 낳아 기른 부모님을 등지고 알아보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은 늘 불행하고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됩니다.

치유의 은덕을 입고 인생의 올바른 길을 알려 주신 주님에게 십자가에 처형을 부르짖고, 유다같이 배신의 삶을 사는 것처럼 우리도 오늘의 좋은 관계를 악연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나치는 모든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맺고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친한 친구가 생각이 다르다고 잘라 버린 사람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