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과 성령 <마르코 3, 22-30>

오늘 복음은 신성을 모독한 사람은 용서받지만, 성령을 모독한 사람은 용서받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거룩함을 상징하는 물건이나 사람을 모독하면 용서받지만 거룩함 그 자체를 모독하면 용서받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그 차이는 서로 본질적인데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거룩함을 뜻하는 건물이나 관리인을 거스를 수 있지만 거룩함의 본질인 하느님을 모독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이가 아버지를 상징하는 물건이나 권위, 재산, 명예를 더럽힐 수 있지만, 아버지의 본질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 안에서 나오고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의 생명을 경시할 수 있지만 자기 생명을 경시하면 안 됩니다. 다른 이의 잘못을 비난하고 저주할 수 있어도 자기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여 절망에서 죽음에 이르는 병은 용서받지 못합니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일 가운데 불의와 부정을 비난하며 거슬러도 하느님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안식일을 거슬러도 안식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물질적 손해는 보상되지만, 인간 본질은 사랑을 거스르며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사랑을 실천한다는 말은 각자 자기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는 가난한 이, 소외된 이, 버림받은 이를 목숨 내놓고 사랑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