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되신 하느님 <마태 1, 1-17>

만일 하느님이 하느님으로만 계셨다면 하느님은 막연한 존재에 지나지 않고 사람이 사는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심을 이스라엘 역사 안의 족보를 통해 사람의 아들로 즉 마리아의 아들로 세상에 오셨다는 것은 온 인류의 믿음이며 희망이며 사랑입니다. 그런 분의 탄생을 기리고 축하하고 경축하는 일은 참으로 마땅한 일입니다.

오늘 어두운 복도를 걸어가다가 양손을 펴고 한 손은 예수님의 손을 잡고 한 손은 성모 마리아의 손을 잡고 성당에 가면서 기쁨이 넘쳤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족보를 묵상하며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현존하심을 감사하고 찬미하는 현실성을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성가에 나오는 내용처럼 우리는 어두운 골짜기를 홀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걸어갑니다. 우리의 삶은 만만하지 않고 녹녹하지 않고 힘들고 어렵습니다. 이런 삶을 혼자 살려고 하면 너무나 힘들고 한 발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지 않으셨으면 길을 잃고 험한 골짜기에서 헤매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하느님의 현존을 모르고 사는 사람, 하느님의 현존을 잊고 사는 사람은 쉽게 장애를 만나면 좌절하고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사람으로 오시어 함께 계신 것을 아는 사람을 통해 가난과 슬픔과 고통 속에 사는 이들을 이끌어주어 구원받는 사람의 수가 늘어납니다.

이런 이를 구하는 길은 하느님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신 것처럼 우리도 고통당하는 사람, 시련 중에 있는 사람, 어둠 속에서 헤매는 사람 안에 우리가 현존해야 합니다. 구경꾼이 아니라, 이리저리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슬퍼하고, 함께 괴로워하고, 함께 땀 흘리고, 피눈물 나는 현실에 동참할 때 구원이 이루어집니다.

주님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에 현존하듯 우리도 가난한 이 안에 현존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