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의 삶은 말로만 아니다. <마태 8, 5-11>

순종은 말을 통해 명령자의 뜻을 전달받고 실천에 옮기지만 말이 아니라도 우리를 진, 선, 미의 삶으로 살도록 하는 것들이 많이 있으며 그중에 환경 사회적 조건, 정신적 육체적 요구에 따라 순종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죽음의 때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우리도 어김없이 순종해야 합니다. 더우면 옷을 벗고 추우면 옷을 입는 행위도 순종이며 순종으로 환경의 보호를 받습니다. 본래 우리는 내가 원해서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라 자연적 명에 의해 존재하였으니 자연이 나를 부르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더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니 하느님에게로 돌아가야 함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기본적 자세입니다. "아니 됩니다. 아니 됩니다." 몸부림쳐도 영원한 세상에 부르시는 소리에 세상의 인연을 끊고 아니, 버려두고 어떤 위치에 있든지 무엇을 하고 있었든지 때가 되어 부르시면 순종해야 합니다.

아무리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 체면을 차려야 하더라도 그 자리를 물러 나와야 한다는 뜻이 있다면 순종해야 합니다.

저는 수도자로 여러 가지 일을 하였지만 언제나 순종의 삶을 통해 일했습니다. 이제 나이 들어 귀도 들리지 않고, 눈도 어두워지고, 생각도 둔해져서 제가 하는 일, 처한 위치에서 떠나 순종하는 것이 말보다도 먼저입니다.

순종의 때에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그러면 이 종이 나을 것입니다.” 주님의 눈짓 하나, 몸 움직임 하나, 생각 하나에 순종하는 마음이 모두에게 요구됩니다. 또한, 수도자는 규칙이나 회헌에 따라 교통 법규에 순종해야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듯 순종하는 삶이 수도자가 목적한 바에 이를 수 있습니다.

신자는 교회법을 익히고 따라야 올바른 신자생활이 가능합니다. 누구나 자기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하면 진, 선, 미의 삶을 살지 못합니다.

순종은 자기를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생산하는 길이며 누구나 그 길을 따라 살 때 행복해지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