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잃은 사람 <루카 18, 15-43>

빛을 잃으면 눈을 뜨고도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빛을 지닌 사람은 빛이 없어도 사물을 분명히 보고 판단합니다. 오늘 앞을 못 보는 사람이 소리만 듣고 주님이 지나가시는 것을 알고 자비를 구하는 모습은 눈을 뜨고도 함께 있는 분이 누구신지 모르고 사는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입니다.

눈을 뜨고도 못 보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눈을 감고 현실 안에 일어나는 비참을 보지 않으려는, 동정심도 없고 심약한 사람입니다.

사마리아인 선행의 비유 말씀 중에 도적맞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을 보고도 지나치는 사람입니다. 시리아의 난민을 듣고 보고도 못 들은 척하고 못 본 것처럼 하는 나라나 사람들은 눈뜬장님이고 벙어리입니다.

자기가 가지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 높은 자리를 탐하는 사람은 돈이나 권력이나 재력에 눈이 멀어 눈앞을 보지 못하고 자기중심에 빠진 사람입니다. 100만 명의 촛불 시위자들이 나라 망친 서러움 속에 추위를 무릅쓰고 비통한 마음으로 목이 터져라 외치는 장소에 나타난 어떤 대권 주자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이 사람 저 사람 악수하면서 한 표 부탁하는 모습처럼 보여 '저건 아니잖나 저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위 독재자라고 불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를 당하고 세 김 씨는 서로 내 세상 만난 것같이 기쁨을 감추지 못한 순간에 12.12 사건으로 전두환이 대통령 되었습니다. 마음을 열고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욕망이 눈을 가리지 않도록 주님께 자비를 베풀어주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