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나라 <루카 17, 20-25>

나라 없는 사람, 나라를 잃어버린 사람, 나라 같지 않은 나라에 사는 사람, 나라에서 쫓겨난 사람. 모두 불행한 사람입니다. 나라란 같은 시대와 같은 공간에 같은 정신으로 모여 서로 섬기고, 나누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이 나라는 죽은 자들의 것이 아니라 산 사람들의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이 말씀을 하신 주님은 주권자이신 주님과 함께 있는 사람들의 나라를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있는 곳에 나라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어제 미국의 대통령 선거의 승리는 백인들이 똘똘 뭉친 결과라고 합니다. 그들은 이런 나라를 원하고 이런 나라에 살기를 바랐습니다. 부동산 투자로 부자 되고, 바람둥이고, 국가의 의무도 다하지 못하고, 막말을 일삼는 사람으로 알고 그런 사람이 국제적 경찰 노릇 하는 미국의 지도자로 불가하다고 전 세계 사람들이 생각했는데 대통령이 된 것은 기존의 미국 사람들이 오랜 생활 습관을 고수하려는 이유라고 합니다. 성탄 선물에 무슬림 때문에 메리 크리스마스란 글을 쓰지 못하게 하고, 중고등학교에서 몇 사람들의 이국 이민자들의 학생이 반대한다고 국기를 달지 못하게 하고, 무슬림이 택배에 술 배달을 거부했는데 정부가 술 배달 거부로 택배 회사를 그만둔 사람에게 보상금을 주고, 불법 이민자를 받아들여 미국 내 저소득 국민이 일자리를 잃어 고생하는 것을 묵인한 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숨은 표가 승리했다고 합니다.

하느님 나라에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하느님의 사랑을 의식하는 사람들의 나라입니다. 이같이 하느님의 나라에 살고자 하는 사람은 현실 안에서 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고난을 체험한 사람들의 나라입니다.

60년, 70년대에 한국에 사시던 독일 사람이 2,000년대에 와서 이 나라의 발전을 보고 감탄과 놀람을 표현하면서 변해도 너무나 많이 변하여 어디가 어딘지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여기까지 오느라고 많은 사람이 고난을 겪고 수고를 하여 이룩된 결과라고 답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나 한 민족으로 형성된 나라나 모두가 피땀 흘려 수고하고 고난의 체험 후에 이룩한 나라입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사제가 되기 전에 하느님의 나라는 죽어서 가는 나라로 알고 있다가 사목 일선에 나가 사목하면서 하느님의 나라는 이 땅에서 자유와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나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내 안에 살고, 우리 안에 현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고통을 견디어야 하는지를 깊이 깨닫고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