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 기간 <마르코 11, 11-25>

수도자로 일생을 몸 바쳐 살려면 양성 기간이 필요합니다. 부족한 것을 채우고 모르는 것을 배우면서 공동체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기간입니다. 긍정적 차원에서 모두가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더러는 양성 기간에 부적합성을 판정받고 공동체를 떠나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주님이 제철도 아닌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볼 수가 없어 저주하셨다는 이야기는 부정적 차원에서 '주님께서 지나친 결정을 하셨네.' 하고 쉽게 긍정이 가는 것은 아니었으나 우리도 양성 기간에 아직 수확할 시간이 아니어도 적합성이 없으면 퇴원시키는 것을 생각하니 이해가 갔습니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 살까지 간다. 잘된 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말은 미리 가능성이 없는 일을 서둘러 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가져야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에는 희망을 버리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다만 판단의 기준을 진실과 사랑에 두어야 합니다. 자기 하는 일에 믿음이 없는 사람의 일은 처음부터 성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원해도 자기 변화를 기하지 않고 버려두는 삶을 사는 사람, 되는 대로 시간 개념도 없이 질서와 앞뒤를 분간 못 하는 사람, 내가 너를 받아들지 않고 거부만 하는 사람은 함께 살기에 부적절하여 도태시킵니다.

포도나무에서 잘려나간 가지는 열매를 맺지 못하여 잘려나가고 엉덩이에 뿔 난 송아지는 처음부터 버립니다. 저는 오늘 아침 자신을 낮추지 못하고 교만한 삶을 사는 사람, 소통할 수 없는 사람들이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용서할 줄 모르는 사람이나 용서를 빌지 않는 사람은 아무 열매도 달지 못합니다.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양성 기간은 좋은 것을 받아들이면서 자기 변화가 가능합니다. 순종의 삶을 살면서 내침을 받지 않은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