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사는 사람 <마르코 9, 14-29>

날카로운 메스를 든 의사에게 믿음이 없으면 나를 살리려는 것인지 죽으려는 것인지 모르니 내 몸을 내줄 수 없습니다. 저는 눈 안구 수술을 두 번이나 하면서 가장 예민한 눈을 맡기고 수술대에 올라갔습니다.

요사이는 임플란트하러 병원에 가서 얼굴을 가리고 치과 의자에 누워있으면 아프고 고통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내 얼굴을 맡기고 누워있습니다.

60여 년 전에 왜관 수도 공동체에 젊음을 맡기고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겠다고 마음먹고 지금껏 살아오는 것은 사실 믿음 때문입니다. 믿음이 없으면 이런 삶을 살아내겠습니까?

그런데 믿음이 없는 사람은 오늘 복음에 악령에 사로잡힌 아이를 어찌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아! 믿음이 없는 세대야!” 한탄하시는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는 서로를 믿지 못하여 자기를 내주지 못하고 자기 안에 숨어버리거나 고통을 피해 달아납니다. 작은 일이나 큰일이나 적응의 원칙을 잃고 저항의 삶을 살려고 합니다. 살다 보면 아플 때도 있고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믿음이 없는 사람은 당황하거나 두려워하며 문제를 풀고 해결하지 않으려고 숨거나 도망갑니다.

내가 나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현재 당하는 일을 수용하고 자기 안에서 믿음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내가 나이기를 거절하고 자기 모습을 이상적 형태로 바꾸려 하면 자기 모습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를 피해 다른 사람이 되려는 사람입니다. 악마는 이런 인간의 약점을 이용하여 악조건에 매어 놓으려고 합니다.

인생은 언제나 앞으로 나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자기 안에 머물지 말고 마음의 문을 열고 희망의 나라로 물결을 저어 나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문제를 피하거나 감추려 하지 말고 풀어나가야 합니다.

적어도 주님께만은 믿음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 길은 기도의 길이며 기도하는 해결의 방법이 나올 수 있다고 하십니다.

오늘부터 연중 시기입니다. 대림, 성탄, 사순, 부활의 은총을 충만히 받고 어제 받은 충만한 성령의 은총으로 믿음의 삶을 성실하게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