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잃은 사람 <마태 18, 21-35>

자비를 잃은 사람은 사람을 잃고 사람을 잃은 사람은 하느님을 잃고 하느님을 잃은 사람은 전 우주를 잃은 사람입니다. 오늘 "자비를 베풀려는 사람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하여라." 하십니다. 용서하지 않은 종의 비유 속에서 용서하지 않아서 결국 감옥에 갇히게 된다는 말씀은 빚을 진 것보다 용서하지 않아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종은 왜 자기 형제를 용서 못 하였을까요. 돈에 대한 집착입니다. 만 탈렌트를 빚진 사람은 본래 돈에 대해 집착을 하고 있어 용서받고도 자기 형제의 작은 빚을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지 않고 자비를 베풀지 않는 것은 세상에 무엇인가 집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에 집착한 사람은 자기 권력에 손상을 입었다고 생각하면 용서하지 않고 복수의 칼을 대고 상대를 죽이기까지 하고, 재산에 손해를 본 사람은 손해를 보상받으려고 용서하지 않고, 명예에 손상을 받으면 명예에 집착하여 용서하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은 남을 용서하지 못합니다. 자존심이 강하거나 교만한 사람은 마음의 상처를 씻어내리기 어렵습니다. "내가 누군데 나를 건드려. 나를 무시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 하면서 어떤 때는 다른 것은 다 용서해도 나를 무시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원수의 관계를 이어갑니다.

용서할 수 없는 일 안에는 자기 잘못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책임 있게 행동하지 않아서 일 수 있고, 나의 무능으로 인하여서도 일어날 수 있고, 나의 무관심으로 인하여 일어날 수 있으며, 내가 사랑하지 않아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은 "내 탓이요." 하고 자기 가슴을 치고 자기반성이 앞서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영원하시어 용서하지 않을 일이 없고,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목숨을 바쳐서라도 용서해주셨습니다. 용서가 없는 곳에 죽음이 있고 용서하는 곳에 생명이 넘쳐흐릅니다. 서로 용서하는 용기와 힘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