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징 <요한 2, 1-11>

오늘 주님의 첫 번째 기적인 물이 술이 되게 한 표징은 보고 듣는 사람에게 주님을 믿고 주님의 영광을 보게 했습니다. 우리는 성서 안의 하느님 말씀을 듣고 마음에 새기지만 그 말씀대로 사는 표징이 없으면 우리를 믿지 못하고 존경과 영광도 없습니다. 삼 년을 불경을 읽는 것보다 한 번의 보시가 더 가치 있고, 성경을 열 번 읽고 열 번 필사해도 사랑을 실천하지 않으면 모두가 허사입니다.

어느 날 나그네 신부가 알지 못하는 본당에 들어가 하룻밤을 쉬어 갈려고 문을 두드리고 본당 신부를 만나 사정 이야기를 해서 하루를 묵기로 했습니다. 식사 시간에 술을 권하니 못 마신다고 하고, 식사 후 담배를 권하니 못 피운다고 하고, 응접실에서 놀이 기구를 내놓고 함께 게임을 하자 하니 못 한다고 해서 본당 신부는 의심이 일어나 신부 신분증을 보자고 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믿음의 길을 가고 믿음을 살아가는데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주님의 표징을 보고 주님을 따르고 주님의 영광에 참여합니다.

저는 나이 18살 때 주님이 주시는 표징으로 수도자가 되고 사제로 살고 있습니다. 18살까지 해방과 6, 25전쟁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지 못하여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미사와 기도를 드리는 가운데 공부할 기회를 얻은 표징으로 감사와 찬미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시는 주님의 표징을 보면 누구나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게 됩니다. 표징을 찾는 사람은 어디서나 표징을 볼 수 있으며 그 표징을 따라 주님을 믿고 사랑하고 주님의 사람으로 살게 됩니다. 오늘 내가 생명을 누리게 되는 것은 공기, 물, 땅,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의 힘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 이상의 표징은 없습니다. 또한, 미사 때마다 술이 주님의 피가 되고 밀떡이 주님의 살이 되는 표징을 보고, 죽음에서 살아나신 부활의 표징을 보면서 우리도 주님과 함께 은총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저는 오늘도 주님이 주시는 무수한 표징 속에 살아가며 그 표징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가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