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공동체 <루카 2, 41-52>

성가정 축일, 젊어서 꿈을 꾸었던 모든 것을 수도자가 되면서 포기하고 성가정의 꿈은 사라졌지만 거룩한 공동체에 살고 싶은 꿈은 죽을 때까지 꾸며 살아갑니다.

한때 아름답고 정숙하고 마음씨 고운 여인과 아들딸 낳고 성가정을 꿈꾸며 주위에 여인을 찾아보기도 하고 만나기도 했지만, 그 길을 포기하고 이 길이 좋아서 성 베네딕도 수도원에 산 지도 6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도 거룩한 공동체에 살고 있고, 살아야 살아온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가정이나 거룩한 공동체나 본질은 같은 뿌리입니다.

성가정은 주님을 중심으로 서로 믿고, 바라고, 사랑하는 것이라면 거룩한 공동체도 하느님을 정점으로 하여 서로 믿고, 서로 희망이 되고,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다른 점은 숙명적으로 한 핏줄, 한 인연으로 일치되어야 하지만 고향도 다르고 출신도 다르고 생활 습관도 다른 사람들이 한집에 살고 시간이 지나며 서로를 알고 믿으며 바라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가정은 서약이나 봉헌의 의미보다 서로 바라보는 것으로 서로 봉사하고 나누고 친교를 맺게 되지만, 수도자는 서약을 통하여 서로 순종하고 나누고 친교를 맺기 위하여 순명 청빈 정결의 서약을 맺어야 하고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약의 의무보다 자연적이며 자발적으로 거룩한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하고 일을 해야 합니다.

어제 종신서원을 준비하는 두 형제와 여행을 했습니다. 함께 길을 떠나서 서로가 좋은 곳에 가보고, 먹고, 마시고, 기도하며 생활한 하루 여행은 참으로 자유와 평화 기쁨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나이로 보아 나의 반쪽이며 수도생활의 체험으로는 어린아이 같지만 내 동생 내 핏줄 이상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수도원의 모든 삶이 이러하면 거룩한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순간이 영원한 것이고 영원은 순간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내 마음속에 사랑, 정직, 진실, 성실, 친절, 순수, 소박, 겸손, 희망, 배려, 용서, 이해, 감사, 긍정적 사고. 바로 이런 것으로 꽉 차 있으면 어디서나 어느 때나 거룩한 공동체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하며 그렇게 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