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충실하자 <마태 20, 20-28>

사람은 높이 하늘을 오르고자 하지만 땅에 내려와야 살 수 있습니다. 높은 산에 오른 사람도 산에서 내려오는 것같이 산에서만 살 수 없습니다. 높은 권력, 명성을 얻으려는 사람은 자기를 낮추지 않으면 즉, 섬기지 않고 종으로 살지 않으면 오래 유지되지 못합니다.

높이 오른 새도 먹이를 구하려고 땅에 내려오고 사람도 서서만 살 수 없고, 앉아야 하고, 누워야 합니다. 어제 영월에서 귀하게 얻어온 씨앗은 매달아 두면 소용이 없고 땅에 심어야 싹이 트고 사람의 먹거리가 됩니다.

땅은 사람을 속이지 않고 사람이 땀을 흘리는 만큼 소득이 생깁니다. 어떤 이가 참 종교적 삶이란 희생 없이는 의미가 없다고 하십니다. 주님이 주시는 잔은 피와 눈물을 담은 잔이며 주님이 “마실 수 있느냐?”하고 물었을 때 “마실 수 있습니다.” 하는 것같이 고통의 잔을 마셔야만 올바른 주님의 제자로 살고 종교적 사명을 다하는 것입니다.

권력을 가지려면 섬기는 사람 아니, 종으로 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고 재력을 가지려 하면 나눔을 생각해야 하며 부자란 금고에 많은 재산을 쌓아 놓고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잘 나누는 사람이 참 부자입니다. 명예를 바라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가 행복해지도록 모든 사람의 것이 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도 보고 듣는 이가 없으면 허무한 것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백성을 위한 것입니다. 근래 서울 수원에 젊은 두 사제가 주교로 선정되어 주교 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주교직이 무엇인지 알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더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사람이며 더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주교는 주님이 주시는 쓴잔을 마시는 사람입니다. 지팡이 잡고 고개를 들고 사는 것이 아니라, 금테 두른 관을 쓰고 고개를 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얼굴을 관 안에 감추어야 합니다.

교회나 세상의 지도자, 높이 오르려는 사람은 더 내려오고 땅에 충실한 주님의 종으로 살고 땅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사람으로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