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징 속에 사는 사람 <마태 12, 38-42>

저는 80여 년을 살아오는 동안 주님의 표징 속에 살아 확신을 하고 주님을 따르고 있습니다.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어려운 일을 지나면서 내가 겪은 일은 모두가 오늘을 위하여 보여주신 주님의 표징이었습니다. 해방 후 저를 북쪽에 살게 하지 않고 남쪽으로 내려와 갖은 고생을 하도록 하셨지만, 그것은 주님이 여기까지 이끄시려는 뜻이었습니다.

6.25 전쟁 때 인천에서 인민군으로 끌려가려는 찰나 공산당원인 한 사람이 나를 빼내 주어 무사히 빠져나오게 된 것, 1.4 후퇴 때 저를 제주도까지 데려가시고 부산에 거처하게 하신 것, 18살까지 양아치처럼 살던 저를 공부하도록 마련하시고 왜관 수도원 수도회에 입회시킨 것들 모두의 표징이 오늘을 살게 하셨습니다.

누구나 인생의 전환점에 주님은 표징을 주십니다. 당신에게 이끄시고 필요한 곳에 파견하시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표징을 주시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뒤늦게라도 주님께서는 알아차리게 하십니다. 주님 부활의 신비를 못 알아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아듣게 하시고 오늘 그 표징이 우리를 참믿음으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표징을 요구하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은 보고도 보지 못하고, 들려주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완고한 이유에서입니다. 주님에게 불평을 말하는 사람은 자기를 잘 모르고 자기에게 닥친 일이 장차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 네가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지를 모르면 어떤 증표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너를 알고 너를 사랑하는 이만이 네가 무엇을 나에게 주는지를 알게 됩니다.

주님을 사랑하지 않은 그들은 시기 질투 무시하면서, 보여준 징표를 알지 못하고 다른 징표를 구하였지만, 지난번 요나의 기적만을 알려주고 주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말씀하시며 요나보다 솔로몬보다 더 큰 주님의 존재를 알아보라고 하십니다.

우리도 이런 어리석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저는 오늘 주님이 각자에게 주신 징표를 알아보고 주님의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