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요한 16, 29-33>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이 예수님을 버리고 떠나겠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 외롭지 않다고 하십니다. 이 말씀이 나의 심경을 울리는 이유를 묵상해보니 내가 외로움을 타는 것같이 느껴집니다. 얼마 전까지 페이스북에 친구 하던 사람들이 관계를 끊고 사라진 일을 보고, 또한 아무것도 아닌 자리지만 원장을 하면서 사람들이 나를 멀리하는 것 같아 외로움을 느끼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 '분명 나에게는 믿음 가운데 하느님과 함께 있다는 것은 기쁨이며 행복이다. 세상만 보고 살았으면 아마 외로워질 것이지만 주님의 현존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이 나를 외로움에서 자유롭게 한다. 끝 기도 후 침묵 속에 방 안에 있는 시간이 하루의 피로를 풀고 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인가.'

공동기도 후 생활이 기도이니 잠자는 시간도 기도의 시간이다. 오늘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 시간, 내일 복음을 읽고 묵상 거리를 적어 제목을 잡고 잠자리에 들면 꿈속에도 말씀이 살아서 되풀이되는 것을 느끼며 밤을 지냅니다. 내 의식 속에 하느님의 사랑이 넘실거리는 삶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 그 이유는 바로 공동 기도시간을 지키고 미사 전례에 참례하는 것에서 비롯합니다.

미사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입고 일치되어 사랑 속에 머무는 삶이 연속되며 성체조배 시간도 미사 전례 안의 주님 현존을 기억하고 감사와 찬미의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가 생각하니 감실 앞이나 제 책상 앞이나 잘 꾸민 방은 아니지만, 이 방에 하느님의 사랑이 넘쳐흐릅니다.

저와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또 어떤 이들은 더 깊은 골방에서 주님과 함께 사랑하고 일치된 삶을 사는지 알면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사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에게 하느님과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입니다. 이는 복음을 전하기 전에 복음적 삶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삶입니다.

봉사적 삶을 사는 사람, 즉 섬기는 삶을 사는 사람은 외로울 시간이 없고, 가진 바를 나누며 사는 사람은 하느님의 사람들과 함께 살게 되며, 사랑하며 사는 사람은 외로울 시간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순종하는 삶이 바로 외로움 없이 사는 것이 됩니다.

수련 때 나이 많은 수련 장에게 "외로우시면 어떻게 합니까?" 물으니 "나는 심심할 때가 없습니다." 저는 이제야 그 깊은 뜻을 알아듣게 되었습니다. 손을 내밀면 잡히고 입을 열면 응답해주시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계시는 하느님은 저를 외롭게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오늘도 우리가 모두 주님과 손잡고 주님과 함께 사는 시간이 행복하고 기쁨이 넘치는 날이 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