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내가 믿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침마다 새로우신 하느님이시며, 그분이 바로 이 순간에도 세상을 창조하고 계심을 내가 믿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결코 짙은 안개 속 먼 과거에 잊혀진 분이 아니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믿음은 어느 때를 막론하고 그 님을 만날 채비를 차리라고 재촉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뜻밖의 일은 바로 섭리의 정도(正道)이기 때문입니다. '예측을 불허하는' 이 하느님이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를 모든 결정론에서 풀려나게 하시며, 사회학자들이 내놓는 미래에 대한 어두운 예측을 뒤엎으시기 때문입니다.
  이 뜻밖의 하느님은 당신의 자녀들인 인간을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바로 여기가 나의 희망이 샘솟는 물을 만나는 곳입니다.
  나는 희망하는 인간입니다. 그것은 인간들이 내세우는 이유들이나 타고난 낙천주의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내가 성령께서 교회 안에서 또 세상 안에서 활동하고 계심을 믿는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오는 것입니다. 이 중대한 사실을 세상이 알거나 모르거나 나의 희망에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나는 희망하는 인간입니다. 그것은 내가 성령께서 영원토록 창조하시는 영이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창조주 성령께서는 당신을 영접하는 이에게 아침마다 새로운 자유를 주시고, 신뢰와 기쁨이라는 생명의 몫을 나누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나는 희망하는 인간입니다. 그것은 내가 교회의 역사가 장구한 역사이며 성령의 놀라운 일들로 가득차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예언자들과 무수히 많은 성인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은 암흑의 때에 맞추어 나서 은총의 위대한 도구로 쓰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빛을 던져주었습니다.
  나는 성령의 놀라운 일들을 믿습니다.
  요한 23세는 그같은 놀라운 일 중의 하나입니다.
  공의회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전자도 후자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느님의 풍부한 상상력과 무한한 사랑이 오늘에 와서는 메말라 버렸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희망한다는 것은 의무입니다. 그것은 절대로 사치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희망한다는 것은 공상에 들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꿈을 실현시키는 하나의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감히 꿈꾸는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그리하여 그 꿈을 현실에 옮기기 위해서, 아니 그들의 꿈이 사람들의 생활 속에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값진 댓가를 지불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1974년 성령 강림 대축일
                                                                                                                                                   L.J.수에넨스 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