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 분은 누구이신가?  

주님의 탄생을 함께 축하합니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하였듯이 어제 우리는 한 어린아이가 구중궁궐도 아니고 청와대 안방도 아닌 짐승이 거처하는 말 구유에 탄생한 역사를 기리기 위해 밤을 새우며 경축하였으니 그 빛나는 성탄 트리도 낮에는 더 강한 햇빛에 빛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 감격이 아침에 시들해졌지만, 과연 오신 분이 누구이신지 알아보아야 우리 모든 현실 안에 현존하시는 분을 더 영광스럽고 행복하게 맞이하며 함께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오신 곳은 하느님의 품에서 나신 하느님이십니다.

오신 그분은 사랑이며, 진실하시고, 완전하시고, 자비로우신 분이십니다. 그런 분이 임금님처럼 오시지 않고 고관대작의 아들 모양을 갖추지 않고 종의 모양으로 오셨습니다.

오신 이유는 태양이 온천지를 밝게 비추듯이 빛을 비추어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알려주고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 전하러 오셨습니다.

우리는 미사 전례 안에서 하느님이 우리 안에 다시 재현되고 살아 계심을 믿고 전하기 위하여 미사 끝에 "가서 복음을 전하시오." 합니다.

오신 주님은 힘없는 이에게 힘을 주시고 힘 있는 사람에게 힘을 빼러 오시고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 풍요로움을 주시러 오시고, 낮은 이를 높이려고 오시고 높이 있는 자를 내려 앉히려고 오셨습니다.

오신 분은 수학여행이나 성지 순례자 같이 왔다가 가시려고 오시지 않고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며 선을 장려하고 악을 선으로 변화시키려고 사람과 역사 안에 살아계십니다.

볼 수 없다고 하지 마세요. 하느님의 자비를 받은 사람 안에,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인 사람 안에, 하느님의 생명을 받은 사람 안에 살아 움직이십니다.

제 눈에는 지금 보이는데, 여러분 보이십니까? 보이는 분 손 들어 보세요. 안 보이시는 분 손 들어 보세요. 바로 당신들 안에 살아계십니다. 모든 이 안에 오늘 주님은 탄생하셨습니다. 믿음으로 여러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으니 우리가 역사 안에서 힘없는 이에게 힘을 주시고 가난한 이에게 의식주를 제공하시고 낮은 이를 들어 높이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하여 하느님이 자비로우심 같이 자비롭고, 완전하심 같이 완전하고 사랑이신 것같이 서로 사랑하면서 이 기쁨이 충만한 성탄 축일을 지냅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