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사는 집 <요한 2, 13-22.>

주님은 내가 찾는 곳 어디나 현존하시기에 성전만이 주님의 집이 아닙니다. 그러나 오늘 경축하는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은 봉헌된 하느님 집의 거룩함, 귀중함과 깨끗함을 보존하는 외적 표시로 볼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살고자 하는 참 집은 바로 우리 각자의 마음입니다. 오늘 성전 축일을 기념하면서 각자가 자기 마음 안에 하느님의 집을 어떻게 짓고 보존하고 있는지 반성의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의 집이 되려면 우선 장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장사꾼처럼 이해타산을 앞세워 '주님을 섬기고 믿고 사랑하는 것이 나에게 유익한가? 무익한가?' 생각하는 마음에는 주님이 살고자 아니합니다. 극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 스크린에 이것저것 온갖 내용이 반영되는 그런 바탕이 되면 주님을 조용히 묵상하고 모시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통 같은 마음속에 주님이 거처할 장소가 없습니다. 냉장고 같은 집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입이 얼어 말을 할 수 없고, 눈에 서리가 끼어 밝은 눈이 없어 보지를 못하고, 귀가 얼어 듣지도 못합니다. 마음마저 얼어 냉랭하게 되어 사랑이 없는 집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집은 믿음이 있어 서로 신뢰하고 긍정적 관계를 맺으며 희망이 있어 누구나 어려움 속에도 의지할 수 있고 서로 도움을 주는 집이라야 하고 사랑이 있어 죽음의 시련 속에도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은 이런 집에 거처하시며 거룩하고 깨끗한 삶을 살기를 원하십니다.

회의 때문에 서울에 가서 지내는 동안 수도원이 나의 집이며 주님의 집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안정되지 않아 묵상 시간, 기도 시간도 잘 조정이 되지 않아 '내 집이 최고다.' 생각하면서 하느님의 집인 저 자신 안에 최소한의 시간을 만들어 나갔지만 제 방에 들어와 앉으니 나를 다시 찾은 것같이 안정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각자는 자기 집을 주님의 집으로 꾸미고 살려면 거룩하고 깨끗하고 귀중하게 자기 관리를 잘하면서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