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교회 <마태 19, 23-30.>

오늘 복음에 "부자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시며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하셨습니다. 이번 방한한 교황님도 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위하여 일할 뿐 아니라 교회 자체가 가난하여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교회가 가난한 교회인가? 시설이나 삶의 형태가 수도승적 삶이어야 하는가? 청빈의 삶이란 무엇일까? 화려하고 웅장하고 잘 꾸며진 건물,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 구조,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빈곤한 모습을 보여주고 필요한 것도 포기하고 사는 것인가?

그러면 그 높은 집, 화려한 집을 허물고 초라한 집으로 개조해야 하는가? 길거리에서 자고 먹고 노숙자처럼 사는 것인가? 필요 이상의 집을 지으며 살지 않으려면 보편적 삶을 살아야 하는가? 나는 이번 교황으로부터 약간의 해답을 얻었습니다. 세상의 눈높이로 살아야 합니다.

눈을 맞추지 않는 어린이 눈을 마주치시려 아기 입에 손가락을 넣으신 교황님은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추셨고, 무릎을 꿇은 수도자를 일으켜 세우셔서 눈높이를 맞추시는 것으로 교황님은 가난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가난한 교회는 하느님의 나라에 가는 것입니다. 그 나라는 자유가 있고, 평화가 있고, 기쁨이 있는 나라입니다. "약한 이를 억누르지 않고 억눌려도 인내로 십자가의 고난에 동참하고 박해를 받는 이 행복하다."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살고,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심 같이 정의를 위하여 싸우다가 십자가의 죽임을 당해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은 삶이며, 기쁨과 즐거움의 삶을 살기 위하여 어떤 처지에 있든지 웃음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삶입니다. 이런 사람은 권력이 있거나 없거나, 재산이 있거나 없거나, 즐거움이 있거나 없거나 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재력에 의지하지 않고, 명예에 의지하지 않고, 하느님의 힘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교회가 정부를 향하여 정의를 세우려고 하고 부정을 고발하면서 교회의 힘을 믿고 큰소리치며 교회의 힘을 과시하면 이도 가난한 교회의 모습이 아닙니다. 교회가 교회다우려면 하느님의 은총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 주어 더 겸손하고 온유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교황님의 모습에서 저는 백 마디 사랑과 희망과 평화의 말씀보다 겸손하고 온유한 모습에 참 교회의 모습을 발견하고 기뻐하였습니다.

가난한 교회란 하느님의 힘으로만 사는 교회임을 알고 인간의 권모술수를 버리기를 기도합니다. 비난이나 큰소리로 책망하는 것보다 부드러운 대화의 길을 걷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