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한 사람은 "사람 안에 살며 서로 섬기고 나누고 공동체 안에서 친교를 이루며 사랑 안에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사람은 외롭게 혼자 사는 삶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 살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미 창세기에 계시한 대로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며 사랑의 공동체이신 성부, 성자, 성령이신 하느님을 알게 됩니다.

옛 문답에 '하느님은 성부, 성자, 성령으로 계시며 높고 낮은 분별도 없고, 먼저 계시고 후에 계시지도 않고, 위는 셋이나 온전히 하나이신 하느님'으로 삼위일체 교리를 설명합니다.

하느님을 시간적 차원이나 공간적 차원에서 보려고 하면 참으로 알아들을 수 없으며 인간적인 높고 낮은 차이로 보려고 해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세상의 어떤 공동체도 시간, 공간을 중심으로 보면 일치는 불가능합니다. "네가 나중에 낳고 너는 후배이고 어린 것이 무엇을 아나." 하며 고개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과 일치는 불가능합니다. 공간적 개념으로 "네가 있는 곳은 낮은 자리고 내가 있는 곳은 높은 자리다. 네가 하는 일은 보잘것없고 내가 하는 일은 귀하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일치된 삶은 불가능합니다. 서로 사람과 사람으로 똑같은 가치를 지닌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만이 함께 살고 한 공동체 안에서 진실과 사랑 안에 살아갑니다.

공동체는 함께 책임을 지고 서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가진 바를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는 것입니다. 어떤 틀에서 똑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각을 맞추어 하나의 완성된 모자이크 같은 것입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하고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조각 하나도 없으면 그림이 완성되지 않고, 너 없이는 내가 존재하지 않고 나 없이는 네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하느님은 서로 절대적 관계로 필요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닮도록 창조되었으니 서로 상대적 관계에서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야 합니다. 오늘 축일의 의미는 하느님이 누구이신지가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을 닮게 창조된 우리가 하느님의 공동체적 삶을 본받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성부와 상자와 성령을 부르며 십자가를 몸에 표시하면서도 공동체 삶의 참의미를 모르고 사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