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심만으로 자비로우신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말씀을 따라 깊이 보면 남을 판단하지 않고, 단죄하지도 않고, 용서하고, 주는 사람입니다. 이런 삶은 참 그리스도 신자의 삶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남을 쉽게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라고 나쁘게 생각하고 자기 마음에서 쫓아내고 소문을 내는 사람입니다. 이런 소문을 듣고 죄인으로 단죄하고 벌을 주거나 벌을 받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자기에게 조금만 불편을 주어도 용서하지 않고 마음에 앙심을 품고 복수의 날을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주어야 부족한 것을 채우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데도 인색하여,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으며 자기 것으로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보통 자비롭지 못한 사람은 무엇이든지 가지고 있거나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무자비한 사람은 힘이 있는 사람으로 가진 바를 자기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손해 보지 않고 남의 것을 더 가지려는 사람입니다. 남을 쉽게 판단하고 단죄하는 사람은 자기는 의인이고, 그런 잘못을 하지 않고, 잘못된 모든 것을 남의 탓만 하는 사람입니다. 주어야 더 풍요로운 삶을 사는데 주지 않아서 더 궁핍하게 살게 되는 것을 모르고 자기 아성만 쌓고 사는 사람입니다.

자비로운 사람이 되려면 가난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가난한 마음이란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입니다. 조금이라도 교만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자비롭지 못하고 온유한 마음이 없는 사람도 자비롭지 못합니다. 하느님과 같이 자비로운 사람은 시장 거리나 경쟁이 심한 사회에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에서는 살고 팔며 이익을 남겨야 하니 아웅다웅 시비가 붙고 서로 속이고 남을 해치게 합니다. 경쟁 사회에서는 남보다 윗자리에 있어야 하니 남을 구렁텅이에 처넣고 중상모략으로 명예를 손상하고 약점이나 들추어내고 나쁜 소문만 만들어 내어야 덕을 보게 됩니다.

저는 아침마다 십자가를 붙들고 "주님 저도 당신과 같이 십자가 상에서 자신을 가장 낮추셨듯이 가장 낮은 자리에 살게 하소서." 하고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우리 모두 가난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자비로우심을 본받아 자비로운 사람으로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