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평화 <요한 16, 29ㅡ33.>

오늘 복음에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주님 안에 평화를 얻으려면 용기를 내어 고난을 겪어야 주님과 같이 승리자 되어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전쟁 없는 평화는 없듯이 십자가 없는 평화는 없습니다.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달고 승리의 월계관을 쓰려면 피나는 고난을 겪어야 얻을 수 있습니다. 평화를 누리려고 가만히 있거나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면 무료함이나 무기력으로 평화의 기쁨을 맛볼 수 없습니다.

어제 약물을 잘 못 사용해서 어려서부터 산소 호흡기를 달고 생활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가 증언대에 나와서 아들의 성장과 일상생활을 말하며 꿈과 같은 고난의 말 중에 기쁨과 평화를 느끼게 하였습니다. 자기 편하기 위하여 아들이 죽도록 버려두었으면 육신은 편할지 모르지만, 마음은 평화 없이 괴로움 속에 살 것입니다. 사랑은 불가능을 없이하고 산소 호흡기 없이 살아야 하는 두 모자가 "어머니 사랑해." "아들아 사랑해." 하며 주고받는 말은 진정성이 있어 십자가 안에 참 평화가 엿보였습니다.

어떤 이가 자기가 당한 고난을 복수심에서 행동하고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고 질투심으로 살면 평화를 얻을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 당하였던지 자비와 용서로 살아가면 아무도 빼앗지 못하는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전쟁은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평화는 승자도 패자도 함께 누리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흰 기를 들고 항복하는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일 수 없듯이 패자에게도 평화를 누릴 자유가 있습니다. 패자의 평화는 자기가 싸움에 졌다는 것을 승복할 때입니다. 일본이 2차 대전에 패자이면서 승자가 되려고, 자기는 침략전쟁을 하지 않았다 하고 대한민국을 36년 동안 억압하고 착취하고 인권을 짓밟고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한 패자이면서, 평화를 누리지도 못합니다.

십자가와 평화는 용기 있는 자의 것이며 용기는 고난을 극복한 사람과 용기 있게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사람입니다. “ 내가 세상을 이겼다.” 하심은 세상의 부조리 모순과 무분별에 십자가의 용기로 승리하셨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 주님 안에서 참 평화를 얻어 누리게 됩니다.

저는 오늘도 주님 안에서 평화를 얻으려는 사람은 아무리 큰 풍파가 몰아쳐도 용기 있게 극복하고, 쓰러져 땅에 헤매도 팔을 펴서 십자가를 잡고 겸손하게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아침마다 수도원 복도에 있는 십자가를 잡고 이런 뜻으로 평화를 구하고 성당으로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