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완수 <요한 16, 23ㄴ ㅡ 28.>

주님은 아버지께서 아들에게 위임한 의무를 완수하시고 다시 아버지에게로 돌아가신다고 하시면서 인류 구원을 위하여 목숨 바쳐 책임을 완수하셨습니다.
어느 드라마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밥을 먹으면서 “밥값 하겠습니다.” 코믹한 말이지만 의미가 있는 말입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나와 자기 몫을 다하고 주님과 같이 “마쳤다.” 하신 것같이 나에게 맡긴 일을 마치고 떠나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어떤 책임을 지고 공동체를 운영하다가 퇴임하면서 "저는 할 일을 다 하고 이 자리를 떠나갑니다." 하는 사람은 인간으로 해야 할 일을 다 한 사람입니다. 임무를 완수하는 사람은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며 책임을 져야 할 일은 생각이나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됩니다.

양심을 지키는 사람은 양심에 맡겨진 의무를 다하고 살고, 이상을 실현하는 사람은 자기 생각을 완수하는 사람이며, 말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진실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며, 행동으로 일을 완수하는 사람은 강력한 실천가이며 생각과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누구나 한번 차지한 자리는 언젠가 내어 놓아야 합니다. 죽음으로라도 그 자리를 떠나야 합니다. 저는 여러 임무를 위임받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되며 살아왔지만 떠날 때마다 아쉬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더 열심히 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완수할걸.' 생각하였습니다.

이제 모든 것에서 물러난 저는 하느님이 맡겨 주신 일을 다 하였는지 자신 있게 말을 하지 못하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떠났습니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다시 태어나서 사제가 되면 '지금껏 해온 일보다 더 잘 의무를 완수할 것이다.' 결심도 해 봅니다. 주님도 다 못한 일을 하시려고 이 세상에 부활하시어 제자들 안에서, 당신을 믿는 이들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활동하십니다.

제가 못다 한 일을 후배들이, 주님의 사제들이 각 곳에서 완수하도록 기도합니다. 오늘 아침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밥값도 못하면서” 하는 말을 듣고, 계단을 올라오면서 “은퇴한 사제로서 나는 밥값을 한다.” 기도와 미사를 드리면서 나머지 일을 완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