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동체는 세속주의를 피해야 한다. <마태 28, 8-15> 4월 18일

세속은 하느님 뜻과는 다른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하느님 말씀을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새기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예부터 수도 생활하며 하느님 뜻을 실천하고 살려는 수도자들은 세상을 떠나 산이나 광야로 나가 세속적으로는 외롭고 힘들지만, 오로지 하느님만 찾고 따르려고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봉쇄 구역이 있어 세속적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생활의 중심을 잡고 살았습니다. 회수 자들의 원조 격인 분도 성인도 지금도 산골짜기인 수비야코에서 시작 몬테카시노 산꼭대기에 제자들과 함께 수도원 터전을 마련하셨습니다.

오늘 부활하신 주님은 예루살렘에서 제자들과 함께 주님의 부활을 함께 즐기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데 갈릴레아에서 만나자고 하신 이유는 번잡하고 세속적인 곳이 아니라 조용한 곳, 선교의 본거지에서 다시 시작하시려는 뜻이었습니다.

여기 왜관 수도원은 시작한 지 올해 70년이 되는 해인데 제가 이곳을 찾아왔을 때인 1954년에 이곳 왜관에는 식당도 없고 작은 가게란 문방구 하나밖에 없는 시골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먹을 것이 없어서 근처 과수원에서 사과 반 접을 두 사람이 사서 언덕에서 기차 시간 기다리며 주린 배를 채우던 생각이 납니다. 지금도 그 흔한 영화관 하나 없는 읍이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시작할 때 갈등이 좀 있었습니다. 한국 신부님들 여기를 떠나 서울로 가야 수도원이 발전한다고 “도시로 가자, 말자.”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 뒤에 동산이 있었으면 했지만, 주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수도회라 그대로 이 자리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번잡하지도 않고 조용히 기도와 묵상을 할 수 있는 자리라 생각하면서 거룩한 교회, 거룩한 수도회로 살아가기를 기대합니다.

어제 평화 방송에서 교황님이 오늘날 교회의 맹점은 세속주의가 거룩한 교회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걱정이라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나 스스로 반성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세속주의의 첫 번째는 금전 만능주의입니다. 오늘 복음에 주님의 부활을 목격한 군사들에게 많은 돈을 주면서 입을 막은 사실은 오늘날 남을 돕는다는 핑계로 돈을 좋아하지 않는지를 반성합니다. 수익 사업에 너무나 치중하거나 있는 돈을 잘못 사용하면 세속에 빠지는 것입니다.

돈이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곳, 선을 행하는 곳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사치, 낭비, 먹고 마시는 것에 치중하지 말고 어려움을 당하는 이들에게 정의롭게 나누어야 합니다.

제자들이 밤새워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고기를 주님의 말씀 듣고 많이 잡혔을 때 이웃 배들에 나누어주었다는 이야기는 없는 것이 자랑이 아니고 있는 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문제입니다.

주님의 죽음을 뛰어넘은 새로운 삶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삶을 말합니다. 창조의 첫 원리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둘째는 있는 것을 존재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지금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삶은 하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너희는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하신 것같이 주님만 섬기는 삶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모두가 거룩하고 행복한 하루 되소서. 아멘.

<교황님에게 “오늘 교회는 어떤 모양으로 살아야 합니까?” 여쭈니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의 선교 활동에 관한 교령에 있습니다.”하고 대답하셨습니다. 저는 시간 나는 대로 이 교령을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