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무덤을 보고 놀라지 말라 <루카 24, 1-12. 요한 20, 1-9> 4월 17일

주님 가까이 살며 보고 듣고 하여도 주님의 말씀을 믿지 않은 제자들은 성령을 받기 전까지 주님의 부활을 믿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의 믿음도 이와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계신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세상의 온갖 곳을 주님을 찾아 헤매며 찾지 못하고 세상일에 매몰됩니다.

주님은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와 함께 현존하시며 우리를 지켜주고 계십니다. 빈 무덤을 찾아가니 시신이 거기 없어 놀란 부인들은 동산을 헤매다가 천사를 만나니 “어찌하여 살아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서 찾고 있느냐?” 하시며 말씀하신 대로 살아나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베드로 사도와 요한 사도는 다시 확인하려고 무덤으로 달려갔지만, 주님은 거기 계시지 않고 어디나 살아계시며 제자들 옆에, 뒤에, 앞에, 가운데 현존하십니다.

어제 성당은 빈 무덤같이 성체 불도 없고 제단은 십자가만 올려져 있어 쓸쓸하고 빈집 같았지만, 저는 성당에서나 방에서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기도하고 묵상 중에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주님의 전례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어디나 계신 주님을 찾기만 하면 찾아오셔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고난에 함께 하십니다.

하느님은 본성상 한시도 한 점도 아니 계신 시간이나 점이 없이 언제나 어디서나 살아계십니다. 어제 관습상 고백성사 없는 날입니다. 그러나 저는 시간이 없어 성사 보지 못한 분에게 성사를 주었습니다. 찾아오신 분에게 “오늘은 성사가 없는 날입니다.”하고 주지 않는다면 곧 올 부활의 기쁨을 누리지 못할 것이기에 성사를 주고 주님 평화의 강복을 해주었습니다. 어느 자매가 갑자기 수도원 전례에 참례하려고 하여 문간 수사님에게 “방이 있느냐?” 물어보고 모텔에서 자고 수도원 전례에 참례하려는 사람을 손님의 집에 숙식하도록 마련해주었습니다. 이같이 성 토요일 날은 빈 무덤을 찾아 실망하는 날이 아니라, 주님을 찾아 만나는 날입니다. 주님은 빈 무덤에 계시지 않고 살아계십니다. 미사가 끝난 다음 주님이 우리를 두고 떠난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복음을 전하려고 길을 함께 떠나시는 분입니다.

주님의 죽음을 보고 실망해서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우스로 가는 형제들에게 살아계신 주님이 나타나시어 길을 함께 가시고 빵을 나누었듯이, 제자들이 주님이 계시지 않아 본업으로 돌아가 고기잡이를 하는 곳에 나타나셔서 함께 음식을 나누었듯이 우리가 사는 현장에 주님은 살아계시며 모든 일을 함께하십니다.

우리가 주님을 떠나보내고 잊고 망각할지라도 주님은 우리가 아무리 큰 고통 중에 있어도, 큰 죄를 지어도 아버지를 찾아오는 작은아들을 망루에서 늘 언제 오나 기다리듯이 주님께서는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며 진실과 사랑을 주시는 분입니다.

저는 이런 굳은 믿음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어떤 죄 중에도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신 자비롭고 사랑이신 주님은 십자가의 은덕으로 지옥에 떨어지는 모든 이를 구하시는 분이며 우리 고통 중에 함께 계시고 위로해주시고 참삶으로 이끄시는 분입니다.

이런 분이 무덤에 계시지 않고, 죽은 이들 가운데 계시지 않고, 살아있는 우리 안에 살아계심을 굳게 믿나이다. 아멘. “알렐루야! 알렐루야!” 모든 이에게 부활의 기쁨 나누며 진실과 사랑의 삶을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