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농부 <마르코 12, 1ㅡ12.>

사람은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자기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아니 의무를 거부하는 사람은 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욕심이 과하면 똑똑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가장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주님에게 받았고 일을 하도록 능력도 받았으나 자기 능력을 사용하지 않거나 장롱에 가두어 두면 오늘 복음의 어리석은 농부와 같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자기 것이 아니라 나누기 위한 것입니다. 요사이 대기업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탈세하려고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고 감추고 불법행위를 하다가 들통이 나서 검찰에 불려 가고 더 큰 손해를 봅니다. 욕심이 과하여 당하는 낭패입니다.

이런 일은 우리 안에도 현존합니다. 공동체에서 책임을 지고 섬김과 나눔과 친교를 해야 할 사람이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고 물러나야 합니다.

자기에게 맡겨진 양 떼를 잘 돌보지 않으면 양의 주인이 그 자리를 빼앗아 다른 이에게 넘겨줍니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하듯이 국민도 그런 사람을 참 지도자로 여기지 않고 배척합니다. 오늘 복음에 하느님의 선택된 백성인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 하느님에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하느님 백성의 자격을 빼앗기고 떠돌이가 되었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개인적 차원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느님이 주신 모든 것을 돌려드리지 않고 자기 것인 것 같이 자기만을 위한 것으로 알고 살면 모든 것을 빼앗기고 다른 사람의 몫이 됩니다. 이런 것은 경험으로 잘 아는 것입니다. 주님을 위하여 사용한 것은 60배, 100배의 갚음을 받지만 자기를 위하여만 사용한 것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손에 잡히지 않는 헛것이 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부터 저를 데리고 일본성지 순례를 가는 이는 경비 일체를 부담하는데, 이 경비는 자기 자녀의 것입니다. 50년의 인연을 함께 한, 저와 동갑인 분입니다. 80세 생일 기념을 하고자 하여 6월 6일까지 따라나서게 되었습니다. 기도 부탁합니다. 의미 있는 순례길이 되어 더 많은 체험을 하고자 합니다.